토요일 휴무인 신랑은 오전에 항상 산엘 간다.
나더러 가자고 하지만, 늘 이런 저런 이유를 대어서
그 힘든 등산을 가고 싶지가 않았다.
시골에서 자란 건지 몰라도 일부러 다녀와서 일주일을 앓아야
할 그 고생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오늘은 오전에 중학생인 아들과 초등학생인 딸이 학교에 갔다.
그와 난 늦게까지 꼭꼭 아침을 씹어먹고
오늘은 급식이 없기 때문에 빨리 오려면 나서야 했다.
경주엔 마라톤이 열린단다.
그래도 경주남산 정도는 다녀와야 할 것 같다.
행선지를 내 맘대로 그 쪽으로 정했다.
산에 가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날이다.
신선한 듯....시원한 듯....
땀이 흐르면 시원한 바람이 씻어주고,
힘들면 내 맘대로 아무곳이나 쉬면 그 뿐이었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나도 모르게 헤일 수 없이
쉬곤 한다.
어느곳엔선가?
앞서가던 그이가 웃으며 한 마디 한다.
"딱 다섯걸음 걷고 쉬는구나? 하하하"
뭐 어때?
'따라 온 것만 해도 어딘데...'
나름대로 이유는 다 있다.
혼자 다니는 산행이 얼마나 지루했을까?
싶기도 하다.
입으로 다 때웠다.
쫑알쫑알...
"참 내, 말을 다해서 에너지를 쓰는구나? "
부산남자인 그는 늘 말이 없다.
임로(산불예방을 위해 닦아 놓은 길)를 피해 좁은 산길다운
산길을 다녔다.
그러고 보니, 결혼하기 전
영남의 알프스 중
'신불산'의 칼바위를 등산한 기억이 났다.
말 그대로 칼바위를 오르면서,
평소엔 몰랐던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이런 위험한 곳을 데리고 오다니'
노함이 있었다.
칼바위를 오를 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는 아낌없이 그의 손을 밝고 지나갈 수 있도록
무식한 등산화 아래로 그의 손을 배려했다.
그 때 이야기를 하면서,
"참! 산에 오니깐 좋다!!!"
답하자.
"산길이라 손을 잡고 걸을 수가 없네."
답변이 돌아왔다.
꼭대기에 피어있는 진달래를
가져간 비닐에 곱게 담아왔다.
아이들이랑 화전을 구었다.
그는 찹쌀 반죽한 것을 모양내어 후라이팬에 담고
난 뒤집는 역할을 맡았다.
딸은 꿀단지를 꺼내어 숟가락으로 진달래위에 꿀을 바르는
역할을 했다.
중학생인 아들은 옆집 형이랑 먹기에 여념이 없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가장 큰 소중한 것을 가졌다는
생각을 정말 오랜만에 해 보았다.
요즘 산에 한 번 가 보시길...
아!!!참 산에서 노루도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