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전 얘기지만 아직도 그날의 일만 생각하면 가슴은 콩닥콩닥, 온몸엔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아나는거 같아서 행복해져요..
생일이 마침 발렌타인데이와 맞물려서 그날 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를 선물받았답니다.
우리 남편으로부터요~.*
그날의 감동의 기억을 되살려 써볼께요~
대학교정에서 우연히 부딪쳐서 커피를 쏟으며 남편과 첫만남을 가졌답니다.
그날의 풋풋하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하게 생각나는데 유행가 가사처럼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 벌써 두아이의 아빠가 되었네요.
그래도 제눈엔 철안든 만년 개구장이 소년으로만 보인답니다.
초콜렛이며 과자를 너무 좋아해 애들 몫으로 사둔걸 몰래 꺼내먹다 저한테 혼나기 일쑤거든요.
그런 남편이 그날은 어쩜 그런 이벤트를 준비할 생각을 했는지... 정말 감동받았어요.
아침일찍부터 부엌에서 뚝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나가보니 남편이 미역국을 끓이고 있더라구요.
분가한 후 처음 맞는 제 생일이었기에 혼자 나름대로 계획을 짰었나봐요.
그동안은 어머님이 매번 끓여주셨거든요.
미역국, 그리고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장미꽃 한다발과 케이크..
어느 누구의 생일이어도 빠지지 않을 세가지였을테지만 저에겐 감동 그 자체였답니다.
늘 피곤에 절어있어서 아침이면 못일어나 유난히 뒤척이는 사람이 새벽같이 일어나 24시간 꽃집을 한시간이나 찾아헤매다 사왔다며 꽃다발을 내밀었을땐 비록 오천원짜리 꽃다발이지만 백만송이 장미보다 더 값지고 화려해보였어요.
그리고 한번도 끓여본적 없는 미역국을 전날 어머님께 미리 교육까지 받아와서 끓인거라며 밥상을 차려줄때는 너무 고마워서 눈물까지 날 뻔했구요.
사랑이란 양념이 들어가서인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미역국이었죠.
그리고 또 하나...
평생동안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답니다.
아웃오브아프리카인가? 거기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의자에 앉혀놓고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이 있죠?
언젠가 그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이 참으로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제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될줄이야...
남편이 잠깐만 이리와보라며 욕실로 불러들여선 옷을 벗겨주고, 절 씻겨주고, 마지막엔 머리까지 세심한 손길로 감겨주었거든요^^
마치 제가 그 메릴스트립이 된것 같은 기분이었죠.
쑥스럽기도 하고...전 웃으면서 "돈이 없어서 생일선물 몸으로 떼우는거야?" 하며 핀잔을 줬지만 속으론 눈물나게 고마웠답니다.
여자에겐 돈으로 따질수 없는 행복이란게 있잖아요.
경상도 남자라 무뚝뚝할땐 말도 못붙일 정도인데 어찌나 이쁘던지...
그날 하루의 기억만으로도 평생 행복할수 있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