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올 봄이 시작되면서 부터는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아졌다.
그래서 주말마다 서울로 창원으로 내내 병문안을 다니며
바쁘게 보내게 되었다.
어젠 제일 맏시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당뇨와 힘든 일들로 하여 70이 넘은 내 남편의 맏누이는
지금 창원에 있는 노인 전문 병원에 누워계시다.
내 남편이 태어나기도 전에 시집을 가서 세째 조카가 내 남편이랑
동갑이니 사실은 누나가 아니라 거의 시어머니 뻘이다.
그래서 만날때마다 용돈을 조금씩 드렸더니 남들은
시누에게 무슨 용돈이냐고 그러지만 난 그래도 그러고 싶었다.
노인 전문 병원이라 그 병원은 일반 병원보다도 더 기운이 가라앉고
내 에너지가 삭아드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음은 그렇지않은데 난 그 곳에 앉아있는 것도 힘이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하고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그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 그리고 가끔씩 봉사활동오는 종교인들을
보면서 난 그런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실 그 곳의 실내 온도는 적당하게 맞춰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시누는 덥다고 선풍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몸이 더운게 아니라 마음이 갑갑하고 더운거였다.
이해한다고 해서 어떻게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라 마음만 아팠다.
그 곳에 있는 모든 노인분들을 보니 마음이 우울해 졋다.
자신의 노후보다 자식들 먹고 입히기에 급급했을 시절들을
힘들게 살아냈을 분들이었다.
그렇다고 그의 자식들인들 무슨 다른 방법이 있으랴.
또다시 내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기에 급급하여
내 부모라도 알뜰살뜰 돌아 볼 여가가 없으니....
가슴에 눈물만 가득 채우고 우울한 기분으로
돌아서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기분전환이라도 하자며 어차피 나선길
여행하는 기분으로 가자며 생태 학습장으로 유명한 주남 저수지에 들렀다.
저수지를 따라 산책로가 잘 닦여져 있었다.
우린 그 길을 따라 손 잡고 걷다가
아직은 여린 모습으로 고개를 쏙 내밀고 있는 어린 쑥들을 발견했다.
어제 낮에 시장에 나온 햇쑥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사려다가 너무 비싸
그냥 왔던 생각이 나서 가만히 만져보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여기저기서 가족들끼리, 혹은 친구들끼리
흩어진 사람들이 작은 검은 봉지를 들고 쑥을 뜯고 있었다.
우리도 차에서 작은 비닐 봉지를 한개씩 찾아들고
난 맨손으로 남편은 어쩌다 발견한 작은 칼로 쑥을 뜯었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냉이를 발견하고
지난 가을에 태안여행에서 조개캐려고 샀던 호미를
차에서 꺼내어 냉이도 캤다.
그렇게 세상의 한편에선 생명이 사그러드는 중이었지만
또 다른 곳에선 봄이 시작되고 새생명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밀양강 근처를 지나다가 소나무 숲에서
모자란 쑥을 조금 더 캘 욕심에 차를 세웠다.
우린 아픈 어깨랑 다리를 두드려가면서
열심히 캔 덕분에 어지간히 국 한번 끓일 쑥을 뜯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향긋한 쑥내음을 맡으며 다듬었다.
그리고 아침에 아이들은 학교늦겠다고 난리부루스를 추건말건
남편이 지각하겠다고 궁시렁거리건 말건
나는 쑥향기를 온 집안 가득 뿌려가며
봄을 끓여서
조금은 슬픈 맘으로
조금은 우울한 맘으로
그리고 조금은 행복한 맘으로
쑥국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