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다지 잠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다.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가고 혼자 있을 때도 낮잠을 즐겨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교회에 가서 목사님 설교만 시작되면 졸린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설교 시간만 되면 졸림을 참을 수가 없다.
교회만 가면 졸고 앉아있는 아내가 창피한 남편과 말다툼도 가끔하였다.
하루 이틀 아니고 매번 그러는 것이 나도 창피하다.
설교를 하는 목사님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고개도 흔들어 보고, 허벅지도 꼬집어 보고, 나름대로 졸지 않으려고 노력해보지만 허사다.
목사님 설교가 끝나면 졸리운 시간도 끝이다.
다시 초롱초롱한 평소의 나로 돌아온다.
예배가 끝나고 남편과 들꽃 구경을 가기로 했다.
우리가 사는 텍사스는 들꽃이 아름다운 곳이다.
사철 들꽃이 아름답지만 봄이면 굴곡이 없이 평평한 땅이 온통 들꽃바다가 된다.
아름다운 꽃모양 하나하나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고 지평선까지 계속되는 꽃들의 향연에 한숨이 절로 인다.
꽃잔치라기 보다 색깔들의 잔치라고 해야 더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꽃 하나하나의 모양보다는 전체가 모여 만들어 내는 색깔들의 조화에 더 감탄하게 되니까...
텍사스 주의 꽃으로 정해졌다는 블루버넷의 파랑,인디언블랭킷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의 빨강, 그 밖에 이름도 모를 노랑, 하양, 보라... 꽃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꽃을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틈만 나면 자동차를 차고 시골길을 달리고 싶어한다.
그 좋아하는 꽃을 실컷 감상하라고 예배가 끝나고 남편이 운전을 해주기로 하였다.
운전을 하던 남편이 말했다.
"시내를 벗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린텐데 한숨 자라고..."
예전에 보았던 들꽃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는 날보고 자란다.
"안 졸려..."
"그래도 좀 자 두지 그래... 아까 목사님 설교할 때 봤더니 정신없이 졸던데..."
"당신도... 내가 어떻게 자냐?... 목사님이 설교도 안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