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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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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 내 아이(?)


BY 밤톨냥v 2005-03-16

부산스런 아침이 차분해졌다.

 

오늘은 봄햇살이 화사할거라는 기상캐스터의 말이 아니드라도

새벽예배 마치고 돌아오는 이른 시간에

살짝 살짝 콧등을 스치던 상큼한 미풍에

이미 마음엔 벌써 살랑살랑 봄바람 불고 있다.

 

항상 요맘때면 피곤에 절어 하루 하루를 보내던 아이가

웬일로 아침 마다 콧노래 까지 흥얼거리며 가벼운 몸짓으로 등교를 한다.

 

뱃속에서 부터 염려를 끼치며 힘겹게 사투를 버렸던 내 아이

5개월이 지나도록 태동의 기미가 안보여

엄마를 두려움에 떨게했고

미약하게나마 태동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엔

한밤중에 살짝 후다닥~자기를 드러내던 아이..

 

열달내내 혹여 잘못될까 조바심 치게 하던 아이는

태어나면서 부터 "저게 끝까지 살려나 모르겠네.." 하는 걱정을 메달고 살았다.

아이가 부실하면 에미라도 건강해야 할텐데

아이 병치례 하고 나면 에미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고

에미 어지간히 회복됐다 싶으면 아이 뒤로 넘어가 밤낮 구분없이 병원으로 뛰어가고..

새중간에 낀 남편  이리 저리 자기 몫  찾아 묵묵히 보살펴 주었다.

다시 생각해도 어떻게 그 시기를 버텼는지

내가 기특하고 남편이 기특하고 잘커준 아이가 기특하다.

 

유달리 병약했던 아이는

생일이 빠름에도 불구하고 일년을 꼬박이 수영으로 단련시킨 후에

꽉찬 제 나이로 학교엘 입학했고 다른 아이들 보다는 몇배로 피곤하고 힘든 초등시절을 보냈다.

어려서 부터 병치례 잦다 보니 남들처럼 선행 학습은 고사하고

한글도 다 떼지 못하고 학교에 입학햇고 그저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머릿속 세뇌 시켜버린 에미는 다른 아이들 학원으로 과외로 옮겨 다닐때

내 아인 에미 손 붙잡고 열심히 체력단련을 위한 물놀이를 다녔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던 시기에도

수시로 배아파 뒹굴고 10분 간격으로 구토와 설사를 번갈아 해대는 아이에게

차마 공부하라는 소리는 할수 없었고

그저 건강하게 자라라는 일념만으로 아이 뒷꽁지를 따라 다녔다.

 

초등 일학년때 절대 용납 안돼는 선생님 만나 아이나 나나

마음 고생 몸 고생 너무 심했지만

그보다 더 기가 쎘던 에미는 자신을 위해 아이를 위해 절대 타협 이란걸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걸 기회로 몸 약한 아이 정신 만은 건강하게 강하게 키우리라 다짐에 다짐을 하고

부정적인 모습들 까지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탈바꿈 시켜 내게 이로운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힘들었다..고개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말도 안되는 과제물로 반엄마들을 함락 시켜버렸던 그분..

독이 오를대로 올라 과제물 하나 던져질때 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수소문에 수소문..

뭔넘의 종이접기는 그리 종류가 다양한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과제 하나 해결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지고

날밤 꼴딱꼴딱 세우기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들 사이에선 남들은 못해가는 숙제 내 아인 다해가니

미운털 단단히 박혀 항의 전화 까지 받고..ㅎㅎ

그러나 내 아이 위해서 내가 할수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는데..

쉽게 타협할수 없었기에 이런 엄마도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은 오기도 있었을테고

 

건드릴 건덕지가 없으니

함부로 아이에게 못하고

단지 아이가 얌전하고 모범적이어서 그렇다며  가장 개구장이 남자아이 옆에

떡하니 앉히고 게다 가장 구석쟁이에..

마음을 다스렸다..

맞는 말이다.. 내 아이가 착하고 성실해서 그 아이 짝꿍이 된거라고..

괴롭히는 짝궁이 밉다며 투정하는 아이에게도

"니가 뭐든 잘해서 그 아이를 니 작꿍 시켜준거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아마 얼마 안있음 짝꿍이 착해 질거야.."

 

이제 첫 발자욱 뗀 아이에게 어른들의 나쁜면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세상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

좋은 사람과 좋아질려 노력 하는데 잘 안되는 사람으로 구분지어 주고 싶었다.

스스로 알기 전까진..물론 눈 가리고 아웅이겠지만..

 

그렇게 일년을 보내고 난 아이는 몰라보게 마음이 강해졌고 아주 긍정적이었다.

 

물론 여기엔 나의 노력을 빼놓을수 없었다.

열심히 해가도 칭찬을 못받던 아이는 점점 소심해지고 수줍음이 많아지고 자신감 결여까지

안되겠다 싶어 여름방학 이용하여 웅변학원을 보냈다.

내가 지금껏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낸 사설학원이다.

아이가 소심하여 발표를 못하니 발표력 좀 키우러 왔다 얘기하고

특별히 부탁을 했다..

그렇게 한달을 보낸 아이는 몰라보게 자신감이 넘쳤고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교육환경에  기가 꺽일만도 할텐데

역시 그 에미에 그 자식이었다.

 

그렇게 소심하고 겁 많고 내성적인 아이가

2학년에 올라가 떡하니 반장이 돼서 왔다..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아이에게 " 너 어떻게 반장선거에 나갈 생각을 했니?" 했더니

"엄마 나 일학년때 선생님이 해준 말씀이 생각나서야.." 하네.

"무슨 말?"

"응..있잖아..선생님이 그러셨어..일학년 마지막에 **아..너는 대단히 용기있는 아이다..너희 어머니도..너는 꼭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

그러고보니 생각이 났다.

마지막 청소 하러 갔을때(일학년땐 엄마들이 당번 정해 청소 해준다)

그분이 내게 해주시던 말이..

"**이 어머님 **이 너무 잘키우셨어요..어머님도 대단하시구요.."

그땐 비꼬는 소리로 들렸는데

그럼 그말이 진짜 칭찬이었을까?

 

지금도 내 아이는  힘들었지만 그 선생님 덕분에 자기가 많이 강해졌고

-혼자 큰데다 몸도 약했으니-이것 저것 알게 된것도 많단다.

워낙 여러 분야를 섭렵하여 숙제를 내준 고로..

그러나 에미인 내가 아이를 볼땐 마음이 아프다.

어린애 답지 않은 마음 씀씀이라던가 너무 조심스런 성격으로 친구 사귀는 문제에 힘들어 했던거..등등

지금이야 친구들에게 인기짱인 아이지만

그걸 극복하기 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수시로 설사와 구토를 했던 아이는

검사해 봐도 아무 이상이 없었고 ,단지 기초 체력이 약한거 외에

아마 스트레스로 오는 소화불량이 아니었나 싶다..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 싶으면 그날 밤에 어김없이 토하고 설사 하고..

토사곽란이다.

엄마에게 얘기 해봤자 좋은 말로 살살 꼬드길게 분명하니

엄마에게 말도 못하고 어린맘에 얼마나 부대꼈을까..

그게 자다가 나타나는거다..

지금껏 무슨 신경 쓰이는 일 있으면 소화불량이 온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서두..

 

아이는 선생님들을 유달리 좋아한다.

선생님들 또한 아이를 이뻐해 주신다.

차분하니 제 할일 하는 아이를 어찌 미워 하겠는가?

내가 그때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비판하고 부정적인 말들을 했다면

아이는 지금쯤 선생님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믿지 못하는 아이로 컸을거다.

혹은 쉽게 타협해서 대충 넘어 갔다해도 아이는 어른들의 세계를 삐딱하게 바라볼거다.

 

나는 누가 아닌 내 아이를 위해서

수도없이 나를 살리기도 했고 죽이기도 했다.

 

담임이 너무 좋다며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며

자긴 언제나 좋은 선생님만 만난다며 자긴 진짜 운이 좋은 아이라며

신나 종알종알 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의 딋모습에서

내 아이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것 같아

오늘도 기분좋은 하루를 보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