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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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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불행,그리고 슬픔- 고인의 명복을 빌며.......


BY 오색여우 2005-03-02

오늘은 아침내내 마음이 심란하다.

그리고 내내 실수 투성이다.

식사 준비 하는 내내 물 쏟고,그릇 떨어뜨리고,여기저기 흘리고,

안그래도 실수 잘하고 버벅거려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늘 걱정을 듣는 내가 마음이 콩밭에 있으니 그럴 수 밖에.....

내 친구는 지금 어떡하고 있을래나?

혼자서 울고 있을까?

아님 아직도 실감나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남편의 죽음을 치르기위해

집어던지고 싶은 예의를 문상객들 앞에서 힘겹게 차리고 있지나 않은지....

며칠 째 어수선한 내 맘이야 이러다 말겠지만 내 친구는 ......

지금 쯤이면 발인이 끝나고 선산을 향해 출발을 했겠지.

내 남편보다 만난지 더 오래 된 내 친구.

열 일곱 단발머리 시절 만나서 이제 이십오년도 더 된 세월을 함께

웃고 울고 고민하며 지냈던 내 오랜 친구.

.

.

아래께에 내 친구 동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자형이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란 급작스런 죽음의 통보와 함께....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면서 내 친구 얼굴만 떠 올랐다. 커다랗게...

이 친구만큼이나 오래 된 다른 친구들도 모두들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그 것이 정말이냐?"

고  모두들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주한 오랜 친구들을 앞에 두고 그 앤 오히려 희미한 웃음을 띄우며

교통사고 후 이틀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그의 내장은 이미 돌이킬수 없을만큼

파열되어 그렇게 자기를 떠났다고 했다.

그나마 이틀이라도 자기 손으로 그를 닦아 줄 시간을 준 그가 고맙다며....

내 친구도 그녀의 아들도 딸도 이 사실들을 입으로 말하면서도 아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에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친구의 가족들은 이게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듯

아무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거였다.

옆에서 울 수라도 있는 우린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지만 남의 일인거였다.

눈물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 사람거라는 걸 알았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만히 그녀를 안고 등을 쓸어주는 것밖에는....

그녀의 남편은 참으로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사람의 힘으로 할 수있는 일은 어떤 일이라도 견딜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친군 늘 말했다.

"저 사람만 옆에 있으면 난 세상에서 무서울게 없어.

저 사람은 어떤 일도 다 해결 해 줄 것 같거든."

어려운 성장 환경속에서 자수성가한 친구의 남편은 그렇게도 강하고

불우한 가정환경탓에 오히려 자기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를 위해선 가진 걸 선듯 내어주던 그는

그 날도 친구를 위해 밤길을 나선 거라는데.....

금슬이 너무 좋아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이제 완전히 기반을 잡은 사업체에,잘 자라는 아이들.....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삶은 신의 질투를 부른 것인지.....

이승에서 성실하고 필요한 사람은 저승에서도 빨리 필요한 것인지....

온전히 젊지도 완전히 늙지도 않은 우리 나이에 혼자가 된 내 친구.

아직은 살아야 할 날이, 그리고 인생에서 책임져야 할 무게가 가장 많을

나이에 혼자 남겨진 내 친구.

고인이 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더 힘들어 보이고 가여운 건 왜 인지.....

그나마 우리에게 자그만 위안이라도 되는건 그래도 그애가 살아가는 동안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야 할 일은 없다는 것 정도일까?

이런 내 맘을 헤아려 배려해 주는 남편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데,

그의 존재가 얼마나 내게 위안이 되는지를 그는 알까?

그러면서도 지금은 내 남편의 존재를 고맙게 여기고 있는 내가

친구에겐 미안함으로 자리 잡는다.

마음이 어수선하여 붙잡고 앉은 컴퓨터라......

이것 조차도 미안한 맘.

지금은 일 치르느라 정신없고, 실감이 나지 않아 남의 일 같을거고,

어쨋거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니 이리저리 치대키느라 모를텐데.....

이제 모든 사람들이 제 자리 찾아간 뒤 오롯이 혼자가 되어

새록새록 다가올 외로움과 싸워야 할 때,

그녀에게 가장 큰 힘이 되면서 가장 큰 상처로 남을 아이들과

내 친구는 잘 견뎌낼런지.......

친구와 헤어질 때 그녀가 한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내가 정말 힘 들때 너희들에게 기댈께"

그것이 불행해진 그녀가 내게 한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힘든 그녀에게 나도 뭔가를 해 줄 순 있겠구나'

.

.

힘들어 진 내 친구가 잘 견뎌내기를 빌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인이 된 그녀의 남편이

세상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제 갈 길을 잘 가기를 빌며,

남은 사람들이 그를 잘 보내기를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