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려견의 소변 문제 어떻게 해결 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78

자꾸만 맘이 쓰이네... 엄마는 그렇네.


BY 선물 2005-02-21

 

잘 생긴 아이가 하나 있다.

공부도 잘 하고 글도 잘 써서  상도 많이 받고 여러모로 유명하다.

늘 주위사람들에게 칭찬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우쭐한 마음이다.

절로 어깨에 힘이 실린다.

길을 가다 이웃들을 만나면 늘 부럽다는 말을 듣는다.

귀에 인이 박힐 정도지만 그래도 아이 칭찬은 항상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그 엄마에겐 또 다른 아이가 하나 더 있다.

이 아이는 늘 엄마의 애간장을 끓이는 아이다.

어릴 때 사고를 당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여러모로 많이 부족해 보인다.

천방지축 마음대로 행동하고 생긴 것부터 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모자란다.

 

이 엄마는 첫째 아이 일로 학교에 갈 때는 늘 으쓱한 마음이지만

둘째 아이 일로 학교에 갈 때는 늘 주눅이 든다.

첫째와 둘째를 다 아는 나는 이 엄마가 부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다.

 

내게도 아이가 둘 있다.

언제나 예쁜 딸과 언제나 귀여운 아들이다.

 

누구나 그렇듯 큰 아이는 첫 경험이라 여러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 중 대표적인것이 아이가 천재인 줄 알고 어마어마한 기대를 했던 일이다.

유치원 때 선생님이 아이가 영재성이 보인다고 한 번 했던 말을 신주 모시듯 가슴에 품고 아이를 키웠다.

글도 빨리 익히고 내내 책만 끼고 사는 아이라 그런 기대가 허황해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 때문에 아이에게 실망할 일도 자꾸 생겼다.

받아쓰기 10문제 중 하나만 틀려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수학계산에서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심술이 났다.

그런 엄마는 아이를 가르칠 수가 없다.

아이와의 관계가 최악이 되기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아이 공부를 놓아버렸다.

잘 해 나가고 있는 아이에게 늘 이것도 못하냐며 바보 취급을 했더니 아이는 정말 조금씩 어리석어져 가고 있었다.

 

둘째인 아들은 죽어라고 책도 안 읽고 장난만 쳐서 누나에게 가졌던 기대 같은 것은 전혀 하질 않았다.

그냥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고 늘 즐겁게 지내서 그걸로 만족하는 마음이었다.

운동도 곧잘 해서 학교 달리기 대표로 나가기도 하는 것이 신통하기만 했다.

 

받아쓰기에서 다섯 개만 맞아도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틀린 다섯 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맞춘 다섯 문제만 어떻게 요 놈이 이걸 알았나 신통해서 입이 헤 벌어지곤 했다.

수학도 제법 잘 풀어서 늘 수학박사라고 불러주었다.

아이는 스스로를 수학박사라 생각하고 수학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잘 한다 잘 한다 해주니 언제부턴가 정말 잘 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첫째는 점점 자신을 잃어갔고 둘째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나도 첫째아이 학교에 갈 때는 자꾸 주눅이 들고 둘째 아이 학교에 갈 때는 조금 으쓱한 맘이 든다.

둘째 학부모들은 내게 아이 칭찬을 많이 해준다.

친구들은 엄마인 나까지 반겨주고 좋아해 준다.

그래서 나는 둘째가 고맙다.

 

그럼 첫째에 대해선...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이에 대한 내 맘이다.

나를 많이 힘들게 하지만 그래서 더 애틋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누구에게나 이렇다 하고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형편은 분명 아니다.

정말 고분고분하고 성실하고 강인하고 자랑할 만큼 잘난 아이라면 나도 좋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초라한 모습 그대로일지라 해도 이 세상 잘난 그 어느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 또 내 마음이다.

 

아이는 알고 있는 것일까?

나를 힘들게 하면 할수록 저에게로 내 맘이 더 다가갈 수 밖에 없단 것을...

그래서 이토록 쉼 없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

 

과정 속에 있는 지금 이 시간의 내 모습을 언젠가는 편안하게,

넉넉하게 돌아보고 싶은데...

부디 부디 그렇게 되기를...

 

엄마 자리... 참  떨리는 자리...고단한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