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난 지난해 겨울 참으로 오랜 여행을 했다.
물론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여행기간내내 우린 서로의 따스한 온기와 사랑을 알수있었고 좀더 가까와지는 계기가 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생각되어지는 여행.
나의 어머닌 평생을 가까운곳에서 넉넉한 마음의 여유와 추억을 가져보지 못했다.
삶이 어머니에게 있어선 여유가 아닌 투쟁이 되어야 했기에 그 치열한 삶속에 던져버린 어머니의 몸은 자유롭지가 못했다.
어머니뒤엔 어머니만 바라보고 사는 다섯 아이들이 있었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삶속에서 여행 그 자체가 어머니에겐 어쩜 사치며 호사였는지 모른다.
그랬기에 어머닌 칠십 평생 어디한번 즐겁게 놀거나 아님 여행을 떠나본 적 없는 분이였다.
그랬기에 작년 겨울 여행의 어머니 삶에 있어서 단 한번의 여행이었다.
어머닌 여행속에서 너무 행복해 하셨다.
사소한 볼거리와 먹을 거리들 그리고 사소한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곳을 지날때면 언제나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내내 미소짓기도 하고 또 내내 눈물짓기도 하면서 여행의 남다른 감회로 딸의 손을 맞잡고 여행했다.
"이렇게 여행이 좋은걸 왜 진작 오질 못했을까?" 어머닌 나즈막한 소리로 혼자 되뇌이시면서 어린 아이같은 해맑은 얼굴을 하고 게셨다.
어떨땐 주름패인 얼굴뒤 가려진 그늘이 보여지기도 하고 또 산을 오르는 내내 나이가 있으셔서 힘겨워 하시는 모습이 가슴이 많이 아프기도 했다.
좀더 건강하실때, 젊으실때 한번 좋은 여행한번 보내드리지 못한것이 딸로서 내내 마음을 묶어두게 했다.
그래더 어머니와 나의 삶속에서 단둘의 가슴저미는 추억을 바라볼수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한곳에서...같은 길위에서 어머니와 난 한곳을 바라보고 함께 느끼고 즐거워 하면서 그동안 모르고 있던 어머니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기쁨과 행복을 좀더 가까이서 바라볼수있는 기회가 되었다.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겨울 바다가 휘몰아 치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앙상한 어머니를 꽉 껴안고 어린시절 동심으로 돌아갈수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머닌 참으로 많이 야위었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여행을 하면서 바닷가 따끈한 겨울 매운탕을 선물하기로 했다.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어머니와 내가 마주앉아 먹는 매운탕 한그릇과 함께 마시는 달콤한 소주한잔은 세상의 어떤 음식보다 화려한 식탁보다 빛나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길목에서 어머니와 나는 하나가 되어 길위에 서 있었다.
칠순의 노모는 진심으로 행복을 노래하고 있었다.
여행이란 어쩜 사치였을 어머니에게 이젠 모든것들을 다 이루고 쉴수있는 여유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멋있는 일이었다.
노사부리고 놀고 즐기는 여행 그것은 어쩜 아무나 할수있는 여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평생을 땀과 노동을 위해 달려온 삶의 열정,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누비셨고 누구의 삶보다 더 애절한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단 하루의 여유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삶이자 여행이었다.
그런 어머니에게 여유를 줄수있는 나역시 행복했다.
우린 그렇게 설악산을 올랐다.
낙산에서의 일출을 뒤로하고 멋진 배경이 펼쳐진 설원의 그윽한 산을 오르며 어머니와 나는 같은 보폭의 발자욱을 남기며 나란히 산위로 오르고 있었다.
" 엄마, 힘들지 조금 쉬어가자"..
우린 다시 조금 쉴 여유를 찿으며 우리가 가지고 간 맛있는 도시락을 비워냈다.
몇시간의 고통과 희열끝에 우린 설악산의 멋진 정경을 훔쳐볼수있었고 어머니 역시 가슴이 확 트이는 즐거움에 주름꽃을 활짝 피워내었다.
몇일간의 짧은 여행속에서 어머니와 난 어쩜 같은 것을 느꼈을것 같다.
사랑이란것, 그리고 여유란 진정으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느낄수있는 귀중한 몫이란것을..
그리고 길위에선 두 모녀간의 더욱 돈독한 사랑을 체험할수있었다는 그 하나로도 겨울 여행은 충분히 아름다울 이유가 있었다.
돌아오는 내내 눈이 내렸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그날 우린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