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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의 열여섯 시간을...(소백산행)


BY 동해바다 2005-02-16


   충북 단양군 천동리(9시30분출발) - 야영장 - 비로봉 정상(1439m) - 제1연화봉(1394m)
   - 희방사 입구(16시) 
   산행일자  05.  2.  13  /  산행시간   6시간 30분



   몇년 전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따라나섰던 산행..
   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나만 편하고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합류했던 산악회...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운동이나 레져생활을 누리더라도
   복장이 우선으로 갖추어져야 편안하고 능률적인 몸만들기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몸과 계절에 맞는 복장과 장비를 갖춘다는 것이 그리 큰 사치는 아닐 것이다.
   산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고 하나하나 내게 필요한 
   산행장비를 구비하면서 이젠 죽을때까지 산과 함께 하리라 다짐해 본다.

   2월의 두번째 산행..
   남편과 함께 가입하여 일년여 따라다니다 어머님의 병세악화와 이러저러한 일로
   중도 그만두었던 산악회...
   나 혼자 다시 합류하기로 하였다.
   연령폭이 다양하고 남녀가 함께 섞여 있는지라 여성산악회와는 또 다른 재미를
   불러오는 산악회이다. 

   소백산행은 44명이 참여하여 죽서루에서 6시 30분에 출발을 한다.
   태백산과 마찬가지로 철쭉과 눈꽃세상을 으뜸으로 여기는 소백산을 다녀왔다.
   내가 만나본 소백산의 인상은 여성적이면서 부드럽고 푸근함이 담아 있는 아름다운 
   산이었다.
   몇년 전 보았던 나무를 감싸고 있었던 설화에 흠씬 반해 전혀 힘들이지 않고 올랐던 
   비로봉을 남에게 배낭 짊어지게 한 채 내 한 몸 억지로 끌고 오르게 될줄은 전혀 몰랐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사히 오를수 있을까 내심 걱정은 있었지만....

   주부들은 만성 스트레스를 쌓고 살아들 간다.
   해소를 어떻게 하고 사는가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름대로의 해결책은 모두 가지고 있다.
   친구를 만나 입으로 떠드는 사람들
   돈이 많아 풍덩풍덩 쓰는 사람들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겉으로 사람들을 보고 평가할 수는 없다.
   행복해 뵈는 부부의 참모습을 그 누가 알수 있을까.
   
   생각이 많은 날 속에 잡았던 산행...
   며칠간 속이 허한 상태에서 오른 산행이어서인지 발빠른 들머리에서부터 나는
   지치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프면 내 의지대로 참고 오르면 되겠건만...
   노랗게 보이는 눈앞을 쉼없이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상가상 짊어진 배낭의 무게는 천근만근 되는 듯 허리가 끊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눈이 녹아 내리면서 언 빙판이 여기저기 두텁게 그리고 넓게 만들어져 있었다.
   얼음썰매라도 타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 와중에도 하며 겨우 오르다  주저앉고 만다
   결국 배낭은 젊은 남자의 등으로 옮겨지고 몇발자국 걷다 또 쉬는 번복을 하게된다.
   누군가 건내주던 분홍색 정로환 네알과 손가락을 따고 다시 오르는 소백산 오름길
   언제가 이보다 더 힘들었을까...
   
   내가 왜 이러는지 가장 잘 알면서도 나를 방관해 두었던 자신이 참 싫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께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끼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허긴 누군들 그리 알고 나서겠는가마는...

   배낭없는 가벼운 몸을 그래도 억지로 이끌고 천동야영장에서 숨을 고른다.
   싸가지고 온 방울토마토를 회원들과 나누어 먹으며 들숨과 날숨을 크게 내쉬었다.
   산속의 산소를 흠뻑 마시고 먹을것이 조금 들어가니 한결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조금 오르니 눈에 익은 나무계단과 완만해 보이는 눈앞의 풍경에 다 올랐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든다.

   하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가 한결같다.
   눈만 내어 놓은채 내려오는 모습들을 보고 정상의 추위가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는 바람에 몸이 휘청일 정도로 강풍이 분다.
   미리 들어가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을 대장은 불러 비로봉까지 갔다와서
   먹자고 소리친다.

   

   걸어서 저 하늘까지....비로봉 가는길


   넓은 계단으로 이어진 대피소에서  비로봉까지...
   부는 바람에 체감온도가 뚝뚝 떨어진다.
   드러난 얼굴에 와 닿는 바람때문에 살이 아플 지경이다.

   비로봉은 하늘아래 화원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화려하고 다양한 야생화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한다. 주변 일대에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하여 소백산이라 일컫는 다는 설도있다.
   
   국보급 문화재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소백산 정상 비로봉...
   1439m의 정상에서 맞는 북풍에 서있기도 버거울 정도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들이 모두 똑같아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수가 없다...
   대장의 외침으로 회원들은 대피소쪽으로 발을 다시 되돌렸다.

   발딛을 틈조차 없는 안을 비집고 들어가 겨우 엉덩이 비비고앉아 점심을 꺼낸다.
   각자 점심해결이다. 모여서 먹을 공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빈자리 생기면 얼른 들어가
   먹고 나오는 그런 점심시간이었다. 
   오를때 힘들었던 기진맥진함은 어디로 갔는지 기운이 오름을 느낀다.
   무사히 정상까지 오를수 있게 해 준 대장과 배낭을 메어 준 회원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뜨거운 물에 말아 후루룩 게눈 감추듯 배를 채웠다.

   

   이름도 예쁜 연화봉 


   다시 베낭을 전해 받으며 이젠 균형이 잡힌 무게로 연화봉으로 향한다.
   그 지점부터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했다.
   부드러운 능선을 걸으면서 도착한 제 1연화봉...
   75년 한국 최초로 현대적인 천체관측소가 세워졌다는 천문대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작년 12월 봉화의 청량산에서 멀리 희미하게 보였던 소백산의 천문대가 이젠
   눈앞에 있는 것이다.
   사람은 안나와도 되니 제1연화봉 표지석은 꼭 나와야 한다는 대장의 농에 모두들
   얼어붙은 얼굴에 함박웃음 지우며 사진기 앞에 포즈를 취한다.

   연화봉에 서서 아름다운 조망을 사방 둘러본다.
   산 하나에 수많은 오르내림길...
   산을 도전하는 자에게 험난한 코스의 선택권이 주어지고 초보자에겐 잘 닦여진
   등산코스가 주어진다.
   나라에서 지정하여 남녀노소 누구든 쉽게 오를수 있게 만들어 놓은 국립공원 소백산..
   결코 쉽지만 않은 산은 가까이 하려는 자에게 다가간다.
   품안은 부드러운 소백산의 몇개의 봉을 넘어 봄날처럼 따뜻한 기운서린 희방사
   쪽으로 하산하였다.

   조금 내려와 인원파악 하다보니 한 사람이 빠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번호.........
   일 이 삼 사....사십 삼...
   둘러보다 누가 빠졌는지 곧바로 집어내는 대장의 얼굴에 잠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불행중 다행으로 한참 헤매다 뒤이어 온 회원의 합류로 안심을 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대장의 야유겸 농이 또 한바탕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다시 출발이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돌계단이 힘들어 양말을 두개 신었는데도 불구하고 발바닥이
   찌릿하였다. 제일 꽁지에서 헤매던 초반에 비해 가속이 붙어 하산길은 선두쪽으로 붙었다.
   
   불경소리와 목탁울음이 산을 타고 올라온다.
   깔끔하게 색칠한 단청과 곱게 단장한 희방사의 모습에 실망감이 인다.
   1568년 신라시대 지어졌다는 희방사에서 스님의 끊임없는 불경소리가 흘러나온다.
   옛스런 모습을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어느정도 갖추고 있는 절이 좋다.
   요즈음 대부분의 절을 보면서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 
   가장 많이 실망했던 절은 설악의 백담사였다. 전직 대통령이 잠시 거처했다는 
   명목으로 그것마져 관광화 시킨 다는 것에 그저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마모되어 스러져가는 사태를 막기위한 방편이긴 하지만 
   어쨋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내눈에 새로이 단장한 희방사의 점수를 
   조금 깎아 버렸다.

   

   얼어붙은 폭포수 .... 희방폭포


   희방사 앞에서 벗어 들고왔던 아이젠을 툴툴 털어 베낭속에 집어넣고
   잠시 숨고르면서 커피 한잔과 간식시간을 가졌다. 일찌감치 선두에 빌붙어 따라
   내려오니 후미를 기다릴때까지 이십여분...
   아이들 생각에 집으로 전화를 넣으니 묵묵부답이다.

   희방사 입구까지 오르는 길목에는 벌써 봄이 오고 있었다.

   

   버들강아지 뽀송뽀송한 얼굴로 등장하다.


   예정된 오후 4시30분....
   
   모든 인원이 안전하게 하산하여 정확한 시간에 소백산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한다.
   
   내 하루의 왕복 여섯시간 반을 차 안에서...
   또 그만큼을 산 안에서 보내고 
   다시 나의 삶 안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