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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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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우는 사연


BY 오월 2005-02-16

정겹게 층을 이룬 다랑이 논에서 아버지 괭이로 논두렁만드실때 통통한 아버지 장딴지에서

붉은피가 주루룩 흘러내립니다.

그럴때 우리 남매들 우루루 달려들어 거머리 뜯어내서 잔인하게 복수를 합니다.

날카로운 돌멩이로 뚝뚝자르고 짖이겨도 끈질긴 거머리의 생명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아버지가 일손을 잠시 멈추시고 화형식에 처하고 나서야 거머리는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땅강아지 파헤친 흙속에서 놀라 재빠르게 기어달아나고 푸른 미나리밭 논 한귀퉁이 차지하고 동네 사람 만날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주곤했습니다.

 

밑터진 빨간내복부터 누비바지까지 감물들어 시커먼 내어린날 입성까지 고스란히 어린시절

담고있는곳.

막걸리 한주전자에도 무시무시한 산길을 내 달렸고 뻥튀기 한봉지에도 험한 산고개를 달렸습니다.

가마솥위에 덕지덕지 기워진 구멍난 양말 늦은가을 안방을 차지하고 들어앉은 고구마더미

그 많던 고구마가 안방을 다시 내어주고 흙먼지 까지 쓸려나갈때는 우리들 이제 고구마를

안먹어도 된다는 사실만이 기뻤습니다.

 

이제 내나이 사십넘겨 그때 내엄마 나이되니 고구마더미 사라질때 내엄마 그많은자식들

무얼먹일까 함께 무너졌을 그가슴 이해합니다.

엄마가 싸주신 부끄러운 도시락을 산고개밑에 옹달샘가에 숨겨두고 언니오빠 나 그렇게 셋이서 모여 참 맛나게 먹었든날들 .

유난히 입안에 미끄덩거리든 보리쌀도 시커먼 생된장도 얼마나 맛나던지요.

 

곡식을 심어도 산짐승들이 모두먹고 때로는 우리엄마 7남매 앞에두고 함께 죽자며 목놓아

우시든 통곡소리한되어 골골이 흐르던 산골에 소쩍새 구슬프게 우는밤이면 일렁이는

호롱불앞에 그을음 코구멍 까매지던밤에 며느리 밥은 못하게 해서 굶어죽은 며느리가

새가되어 뒷산 나무가지에 날아와 밤새 솥적다 솥적다 울어댄다는 그이야기하시며

눈가를 훔치신 이유를 이제야 알고 내엄마이야기였다는걸 이제야알고....

 

그 깊은 산골에서 가난과 그 많은자식 오롯이 끌어안은 내부모님 계셨기에 그 험한길 넘어

지금에 오기까지 고생이다란생각없이 살수있었답니다.

가끔씩 아침마당 그사람이 보고싶다 볼때면 저건 내이야기라고 중얼거리며 5남2녀 곱게키워 시집장가 보내시고 지금까지 우리곁에 계셔주시는 내 부모님 감사합니다.

 

오늘 훈훈한 바람을타고 비인지 눈인지 내리고 있습니다.

길이 미끄럽다며 우리남편 또 차끌고 나오지 말라네요.

컴 앞에 앉아 고운님들 만나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