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면
조금은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싶은 내 바램은 무산되고
동트기 바쁘게 남편의 다그침이 시작된다.
"뭐하노, 일나라마. 콧구멍에 바람 좀 디밀고 살자"
옆구리를 찔러대는 등쌀에 반사적으로 몸은 일으켜지는데
정신은 계속 조금만 더 눕고 싶다를 외친다.
허나, '건강'을 들먹이는 남편 앞에 내 심사는 꼬리를 내릴 밖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오르고 싶어하는 나에게
"등산복은 폼으로 사놨제. 모셔놓고 제사지낼래?"
남편의 한 방에 얼른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이미 완전무장하고 현관에 버티고 선 남편 옆에
신기 좋게 약간 끈이 풀어진 내 등산화가 준비되어 있다.
이쯤 되면 한 번 씨익 웃어주는게 예의일 터..
"고마워"가 붙으면 더 좋고.
두 시간 남짓 가벼운 몸풀이 정도의 등산길이지만
처음엔 숨고르기도 힘들 정도로 버거워 내 체력에 대한
반성이 머리를 쳤는데 이젠 거뜬히 발걸음이 옮겨진다.
산을 따라 이리 저리 나 있는 오솔길에
사는 곳이 조금씩 틀린 사람들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아침의 정적속에 섞여들고
아무 말없이 앞서 걷던 남편의 하얀 입김이
뒤돌아 서서 뒤따르는 나를 향해 손을 내민다.
장갑을 낀 손끼리 만나 숨겨둔 정을 파고 들 때
저만치 걸어가던 세월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붉은 강물을 만들고
'그래, 이렇게 살아가는 거야..'.
다잡는 시선 사이 쳐다본 하늘에
새 한마리 날아올라 빈 여백을 채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질정없는 장마비 속을 헤매는 듯한 현실속에서
늘 마른걸레를 들고 살아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습기를
제대로 한 번 뽀송하게 말리기 힘들었던 한 해.
그럼에도 서로의 마음속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후끈한 모닥불이 있어
높은 계단 앞에서의 잠시의 숨고름 같은 멈춤 뒤
소지처럼 하늘로 날리는 희망을 묵묵히 걸어가리라.
작은 소공원에 마련된 운동기구로 가볍게 몸을 풀고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청설모가
겨울도 잊은 채 반들반들한 눈을 들고 솔방울을 까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