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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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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욕심쟁이


BY 낸시 2005-02-13

시어머니는 욕심쟁이다.
그 욕심이 이해되지 않아 처음에는 속으로 고개를 살살 저었다.
세월이 흐르니 친정에서 버릇없이 자란 나는 본성이 나타나 시어머니를 보고 내놓고 말하기 시작했다.
"에이,  어머니는 욕심이 너무 많아요."
"아니, 야가 내가 무신 욕심이 많다고..."
"어머니가 몰라서 그렇지 어머니같이 욕심 많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당돌한 말에 할 말을 잃었나보다.
그 다음에 만났을 때 시어머니는  반격에 나섰다.
"세상에 너같이 욕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냐?"
"......"
"사람이 욕심이 좀 있어야 하는 거신디..."
"아이, 어머니... 저도 욕심 있어요. 내 욕심만 부리면 안되니 참는 거지..."
"......"
시어머니는 이번에도 할 말을 잃었다.
사실은 나는 성깔이 있다는 말은 듣지만 욕심이 많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울큰언니 말에 의하면 자기가 이제까지 본 사람 중에 가장 물욕이 적은 사람이 나라고 했으니까...
그러니 울시어머니는  내가 욕심쟁이라고 하는 말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당신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욕심에서라면 나랑 게임이 안된다.

시어머니는 교회의 권사님이다.
그런데도 집에서 구역예배보는 것을 싫다고 한다.
"야야, 집에서 예배를 보면 내가 몸이 아파서 음식을 할 수도 없고 짜장면이라도 한그릇씩 돌리려면 그 돈이 어디 한 두 푼이냐?"
"에이, 어머니 돈 드릴 테니까 그러지 말고 하세요. 자식들이 그만한 용돈은 드리잖아요..."
"아이고, 야야... 싫다..."
하지만 교회에는 열심히 나간다.
새벽기도도 빠지지 않는다.
집에서도 틈만 나면 성경을 읽고 찬송하고 기도한다.
식사전 기도도 길기만 하다.
아들들, 손주들, 딸, 사위, 며느리... 돌아가며 고루고루 복을 달라고 하려니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어머니, 그렇게 욕심으로 기도하면 안들어 준대요."
"아, 야야... 그러면 어떻게 기도를 해야허냐?"
"욕심을 버리게 해 달라고 하세요."
"참, 그래야겠다. 목사님도 그렇게 말 하더라..."
하지만 그 다음 날도 시어머니의 기도는 똑같다.
"...건강 주시옵고, 하는 일마다 잘 되어 돈도 많이 많이  벌게 해 주시고..."

시어머니는 당뇨병 환자다.
농사일을 하던 사람이라 식사량이 많다.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야야, 나는 이것 먹고 못산다. 조금 더 줘라."
"안돼요. 어머니. 내 것은 어머니 것보다 더 적은데...나는 어머니보다 일도 많이 하는데..."
"지난 번 시골에 갔더니 사람들이 그러더라. 살이 많이 빠졌다고... 며느리 밥이 무서운 것인 모양이라고..."
"어머니가 아무리 그래도 더 드릴 수가 없어요."
"사람들 말이 무서운 것인디..."
"전 하나도 안 무서워요."
"......"
몇 달을 함께 보낸 후 혈당이  정상 수치가 되었다.
식사량도 조절되었다.
"야야, 이제 배가 덜 고프다. 처음엔 주는 것만 먹고 못 살 것 같더니 이제 참을 만 하다."
"거 봐요. 먹는 것도 너무 욕심부리면 안된다니까요..."
"알았다...."
시어머니는 이리 대답하지만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머니,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해져요. 욕심을 버리세요..."
"에휴, 그러게 말이다. 내가 어찌해야 이 욕심을 버릴란지 모르겄다."

우리시어머니 귀여운 것 맞죠? 자기가 욕심쟁이라고 인정하는 것 쉽지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