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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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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보내고


BY 햇살 뜨락 2005-02-12

 

뿌리는 서로 엉길 때 그 진가가 확인되는 법

 

 

새해 새 출발을 위한 준비과정은 복잡하고 힘들어도

가족이 모두 모여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고 살을 부대끼는 온정 속에

진득하게 묻어나는 어떤 확신 같은 것,

 

바로 핏줄만이 만들어내는 그림이다.

 

 

작년까진 명절이나 제사나 늘 혼자서 준비하고 혼자서 일했었다.

그러면서 남들처럼 사이좋은 동서지간이 참 많이도 부러웠었다.

그럴 때마다 늦도록 장가 안간 도련님들이 은근히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올해는 나도 동서와 같이 일을 해서 얼마나 좋던지...

 

 

아직 막내 도련님은 솔로를 고집하고 계시지만

큰 도련님은 드디어 일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결혼을 했어도 부부가 같이 가게를 하는 지라

늘 일은 나 혼자만의 차지였는데

올해는 웬일인지 하루 전에 가게문을 닫고 달려와 주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늦게 결혼한 도련님이지만

그 늦은 만큼의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둘 사이엔

매일매일 깨밭이 몇 전답씩 새로 일구어지고 털어 지고 볶아진다.

그런 시간이 내게도 있었던가 부러운 눈길을 보내다가도

내가 지니지 못했던 달콤함을 매순간 연출하는 동서 네가

일견은 고맙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동서는 희안하게도 이쁜 짓만 골라서 하는 것 같다.

도련님과 열 살이라는 어마어마한 나이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게

신랑을 젊게? 치장하는 것에서부터

고리타분한 사고방식마저 확 바꾸어 놓는가 하면

도련님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터라 아이 걱정이 한껏이었는데

금방 임신 소식을 알려와 온 집안 식구들이 한시름을 놓게 했다.

아이 욕심도 많아 한 해 터울로 아들만 턱하니 둘을 낳았으니

이쯤 되니 어찌 덜렁 들고 살지 않을까 싶은데--

 

 

생각하는 것도 반듯반듯하고 성격도 둥글둥글 먹성도 시원시원

아이 둘 딸렸으니 힘들다고 엄살떨어도 못 본 척 넘어가겠건만

두 팔 걷어 부치고 몸 사리지 않고 일도 슥슥 티 안 나게 잘 한다.

 

두 번째 결혼 기념일 선물로 받은 기백만원 짜리 황금시계 보다

그리 비싸지 않지만 내가 선물로 마련한 티를 걸쳐 보며

"형님이 사주신 선물이 훨씬 좋네요"

너스레 떨며 환한 웃음 짓는 동서가 참 이뻐 보인다.

 

가족이란 뭔지...

전혀 몰랐던 남남이 만나 한 울타리로 엮이고

서로가 비빌 언덕이 되어 주고 겉으론 표현 안해도

속으론 더욱 단단한 뿌리로 엉켜

서로의 듬직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무엇.

 

 

많이 감사한 마음이다.

그 마음 때문에 여자 몫의 그 많은 일들을

지겨워하면서도 무사히 감내해 내는 건 아닐까.

 

 

이 땅의 모든 어머니께

그리고 모든 며느리들에게

진정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열심히 그런 아내들을 티 안 나게 도와주는

남편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건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