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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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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이 피었습니다.


BY 오월 2005-02-04

12월 초에서 중순쯤 건설현장에 공사중지 명령이 떨어지고 다음해 3~4월까지 긴 휴식이

시작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요즘 긴겨울을 보내는 마음은 참,착잡합니다.

사백평 넓은 마당에는 철수되어 들어온 장비들이 나란히 줄서고

옆방 기사님들 휴식공간에는 장정들이 꽉 차 있습니다.

 

처음 이일을 시작할때 그토록 답답하고 무섭기만했던 겨울이 그래도 10여년 세월이

흐르니 이제는 많이 익숙해서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수있게 되었습니다.

 

같은 업종사람들이 아니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사무실에 들러 뿜어대는 담배

연기는 퇴근시간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담배피세요 하는 질문을 받을만큼 역겨운 냄새가 납니다.

그래도 대화를 즐기는 남편과 커피한잔을 앞에두고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오는 동안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에 힘들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부터 남편이 자꾸만 저를 집에 일찍들어가라며 쫓아보냅니다.

서운했지만 아이들이 방학기간이라 저도 일찍들어와  만난것도 해먹일 욕심에

일찍들어오곤 했습니다.

남편은 절 집에 보내놓고 기사님들과 제 선물을 준비했었나 봅니다.

간접흡연이 더 나쁘다는 이유를 달아 세평짜리 제방을 만들었답니다.

요즘 둘이앉아 나눈 대화중에 시집올때까지 내방하나 가져 보는것이 소원이였다는

말을 흘러듣지 않았나 봅니다.

 

사무실 한 공간을 나눠 세평짜리 방이지만 어느빌딩 몇십평 몇백평 사무실보다 너무

좋습니다.

작은 공간에 컴퓨터 복사기 복합기 캐비넷 진열장 아기자기 들어앉았습니다.

늘 아내의 등에 날개달며 행복해 하는남편 조용히 문을닫아주며 이제 거기서 일도하고 글도읽고 친구들과 수다도 마음껏 떨라네요.

 

비록 현실이 힘들지만 그래서 저는 세상이 살아볼만합니다.

언제나 함께하며 이해해주고 배려하는 남편과 함께하기에........

예쁜화분을 하나사서 책상위에 올려주겠다고 하네요.

 

방범창을 만들고 밖에서서 뭐먹고 싶어 사식넣어줄께 하면서 저보고 감옥에 갖힌

죄수같다네요.

고운님이 보내주신 구절초차를 우려내 손에들고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창밖을봅니다.

힘겹게 오르내리던 내고향 산천에 곱게도 피어 하늘거리던 구절초.

가을을 제일먼저 알리며 피어났던 꽃이였습니다.

향기가 그 산골로 잠시 저를 인도합니다.

 

남편의 뜻밖의 선물과 고운님의 정성으로 잠시 호사를 누리며 행복에 겨워봅니다.

어서 추운겨울이가고 따스한 봄이와 우리 마당에 장비들이 현장으로 투입되길 기다리지만

제마음엔 벌써 분홍빛고운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더 추운겨울이 닥쳐와도 남편과 함께가는 길은 늘 꽃봉오리가 맺혀 있습니다

필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