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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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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무지개


BY luna 2005-02-03

전에 없이 요란하게 집이 흔들거리는 느낌의 천둥과

번개가 밤새 번쩍, 번쩍이며 겁이 덜컹덜컹 나게  소란을 떨었다.

엄청나게 쏟기우는  비와 함께.

 

아침 6시에 정확하게 딸아이가 방문을 두들겼다. 

밤새 소란함과 또 보내어야 하는 서운한 마음에 잠을 설친 나와는 달리

불편하여도 어차피 그곳에서 지내어야 하는 딸아이는 제자리로

돌아가는듯한 흥분된 마음에 새벽잠을 설쳤나보다.

 

나와보니 뒷자리엔 작은 냉장고가 두사람자리를 차지하고 옆에

딸아이가 좁다란  공간에 앉아있었다.

더위와 출근길을  피해 이른 새벽에 떠나기로 한것이다.

 

다행히 비는 그쳐있었고 30분이 걸려서야 한가한 길로 나올수 있었다.

지난 토요일에 내려가기로 되어있었는데 기숙사 사정이 있어 오늘에야

들어 갈수 있어 남편이 하루 일을 쉬고 데려다 주기로 하였다. 

 

5년 코스. 10번을 데리고 오고 데려다 주어야 하는데 오늘은 정확히

절반인 5번째이다.

앞으로 3년, 이상하리만큼 오랜 기간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도 나이듬인가?

 

인도 여행 다녀와 한참을 여독에서 헤메이는가 싶더니 나오는

"사랑이"가 불편하였던지 격주로 2개씩 뽑더니만 첫번 뽑은

다음은 몇날을 집에서만 찡그리고 있더니만,

두번째 뽑은 그 다음날은 "호주의 날"  공휴일 이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날은 교민친선배구 시합이 년중행사로 열리고 있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딸아이의 팀이 3번 연우승하여 우승패를 간직하게 되었고 

그 후는 해산하였다. 대학생이 되면서 방학동안  해외로 나가는 친구들이 많아.  

 

다행히 오랫만에 많은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가 되어  종일 이야기하며

더운 하루를 보내더니 탈이 났는지 머리 반쪽이 아프다고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오랫만에 온 켄베라.

돌아오는 길에 구경하고 가자며 지금은 미술관으로 바뀐 구정부청사를 

들어가 오래된 법조인들의 초상화들과 비어있는 국회와 그림들을 보고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비려니 하고 새 정부청사를 지나 각 나라의 대사관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빗속에 두어 바퀴 돌고 차안에서 잠깐씩 약해지는 빗살속에

녹두색 기와지붕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던

중국대사관과 특이한 모습들을 한 대사관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맙게도 간간히 멈추기도 하고 또 언덕을 하나 넘어면 장대비가 쏟기우고

또 잠깐 멈추기도 하고. 그렇게 고개를 넘고 또 넘어 반쯤와서야 시드니

뉴스를 들을수 있었다. 

 

골프공 만큼이나 큰 우박으로 차들 지붕이 곰보처럼 패여있고 창문들이

돌에 맞은듯 부서져 있다고,

우리집 부근 한 초등학교는 이번에 새로 건물을 지었는데 지붕이

다 날라가 버리기도 하였다 하고 어느 지역은 길이 차단되기도 하였으며 

어떤 지역에는 무너진 나무에 깔려 리드쉽 캠프를 온 한 여학생이

숨지기도 한 가슴 아픈 소식과  수많은 곳이 전정이 되어있다고. 

 

아마도 시드니엔 우리가 없던 사이에 미니 토네이토가 일어난 모양이였다.

오는 중에 갑자기 퍼붓는 장대비로 인하여 사고가 난 차들도 더러 볼수 있었고

바람에 꺽어진 나무들을 쉬 볼수 있었다. 

 

빗속을 달리는 것은 너무 피곤하여 잠시 비를 피하여  쉼을 가졌다.

이쪽, 저쪽 하늘이 시꺼먼 것이 비가 어디로 쏟기울 것인가를 도무지 가늠하기

힘들어 천천히 달리는 수밖엔 도리가 없었다. 

 

지역이 높은 곳을 지나  내림길로 들어서니 왼쪽 얕은 산뒤에서 피어오른 

무지개가 행길 건너 검은 구름뒤로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넓다란 7색갈의 아름다운 무지개. 빨,주,노,초,파,남,보.

어쩌면 저렇듯이 정확한 색갈을 지니고 있는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비의 그침을 예견하여 주는 무지개. 마지막 본적이 언제였을까..

 

집안의 썰렁한 느낌이 피곤으로 한꺼번에 몰려온다. 

큰 소리로 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떠들어 대던 아이,

이곳에서 사면 공짜고 그곳에서 사면 너의 생활비에서 지불된다며

따라 다니면서 사라하던 남편의 성화가 아니어도 

뭐 그리 쓸것이 많은지. 

 

차가 없어 무거운 것은 사기 힘들고. 

어떤것은 비싸 저가 사기 쉽지않고...

한 방 가득 널어져 있던  비닐 봉지들.

여럿 살거나 혼자 살거나  어차피 한 살림인것을.

 

발딪을 틈없이 잔뜩 널어져 있던 아이 방은 어느새 빈 마루바닥이 

숨을 쉬고 있다.

 

나도 이제 한숨 돌리고

귀한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남아 있는 것들을 깨끗이 정리하여 두어야겠다.

 

언제든지  와서 편안한 안식을 취할수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