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차이가 제법나는 신랑과 결혼한 지인과 오랫만에 통화를 했다
지인의 나이가 49 그리고 남편의나이 60
지인은 ..남편이 퇴직하고 이년 새에
자기 머리가 온통 하얗게 퇴색했고
스트레스로 인해 이가 아프고 치질이 솟고
기타 등등 안 안프고 안 답답한 곳이 없다고 한다
그나마 강했던 기억력마저 현저히 떨어져 '옛날에 내가 이러진 않았는데'
하는한숨이 저절로 나온단다 심하게 말하면 되새길 추억조차 생각나질 않는다고 말한다
부부사이에는 간격이 없고 늘 한 공간에
동굴에서 처럼 갖혀있는 기분으로 사니
누구하고도 통화조차 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산다는데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한다
더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이니 내가 전화를 했지
이젠 그 누구도 찾아주지도 않고 통화를 청하는 사람은 더욱 없단다
특이한 고집과 완벽주의가 자기 자신의 성벽을 두텁게 쌓고
퇴직후 얼마간은 간혹가다 친구들이 불러주기도 하지만
솔직한 속내는 내가 사는 밥이 아니면 구차해서 나가기를 싫어한단다
예전처럼 잘나가는 사람은 분명 아닌데 남은 건 싸구려 자존심만 ..
그나마 나이가 어린 아내를 데리고 산다는 것 때문에
낑낑 거리며 억지로 참아내고 있다는 것이 보이지만
참는 것은 참는 것이고
감추거나 바뀔 수 없는 본질은 본질이란다
더구나 지병인 당뇨가 있는데도 운동도 소홀히 한다
갈수록 신경은 예민해지고
다른 사람의 행동은 눈에 거슬린단다
도데체가 그러려니 라는 건 그의 사전에 없단다
숨이 막히고 답답하지만
그나마 늦게 하나 낳은 딸이 이제 고2 올라가니
그 딸이나 공부 잘해서 대학에 잘 들어가길 기원하며
꾹꾹 눌러 참고 있다고 전한다
그 무엇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지인은 오래전에 독서 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하지 않던 일이긴 해도 병원에 나가서 간병인이라도 하고 싶다고 하면
당장에 남편은 고개를 내젓는단다 본인도 외출을 즐기지 않지만 그의 아내가 돌아다니는 건 더욱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단다
도데체 어떻게 하라고@@
간단히 식료품을 살 돈 외에는 모든 경제적 권리까지 가지고 가버린 남편
밖으로 꿈쩍하는 건 그야말로 돈낭비이기때문에
집안에서 하루 세끼를 꼬박 꼬박 먹게 되는
아무리 좋은 사람하고도 간격은 있어야 하는데 ..
시간과 공간의 간격없이 지낸다는 것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단다
그야말로 경제력이란 것도 끝은 없나보다
마음의 여유를 상실하니 많은 경제력도 가슴을 채우거나
위안이 되어주는 구실이 적당하지 못한 모양이다
돈이 많으면서도? 자꾸만 초조해하는 노인들의 안달이나 궁상이 이해된다는데
노년도 되기 전에 퇴직의 위기가 찾아드는 남편들
그저 아무 계획 없이 ..
허락없이 찾아든 노년
잠깐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도 다가올 시간이 느껴진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살 준비를 한다는 것
과연 무엇부터 하는 것이 옳은가
일반적으로 평균 수명으로 운운하는 나이가 85세로 가정하면 앞으로
40여년을 이리 무소용?한 시간으로 채워야하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멈칫하다
끊임 없이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활기가 아쉽게 느껴진다
고작해야 가족들의 귀가시간에 맞추어 따스한 밥을 대령한다는 안도감말고는
그 무엇도 잘하는 것이 없는 내자신이 초라하기까지 하다
지금은 365일이 모자르게 술 약속이 잡혀서 애간장이 타지만
나의 남편도 퇴직하면
집안에서 청소기나 돌리면서 먹을 것 타령이나 할른 지 알 수 없다
안부를 모르는 게 더 나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