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전공인 딸아이가 겨울 방학동안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면서 졸지에 연말 연시를 홀로 보내게 되었다.
겨울 난방 가스비 아낀다며 침대위에 전기요를 펼치고 잠을 청하는데 귀동냥 들은대로
전자 유해파가 팍팍 나와 그런가 아침이면 영 게운치 않고 방안 공기가 건조해서 그런지
목까지 아프기가 종종이었다.
오늘 아니 벌써 자정이 지났으니 어제인 과거가 되었지만 음력 12월 16일은 나의 귀빠진
날이었다.
출근길 서둘러 버스에 올라 잠시 종종 걸음으로 가빠진 숨을 한번 휴~
버스가 곧 이어 출발하고 차창 밖을 아무생각 없이 멍하니 바라보는데
생일날 아침, 따스한 미역국은 커녕 빈속에 물 한 모금도 안 마신것인지 못 마신건지
갑자기 마음이 쓸쓸하여라~~
사무실 도착하여 출근부 체크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상냥한 얼굴로 방긋 웃으며
후배인 동생이 다가와 어찌 생일을 알았는지 향 좋은 샤워코롱을 예쁘게 포장하여
책상에 살짝 올려 놓으며
언니 ~ 생일 축하해요~~
어머~ 이게 뭐야 너무 고마워~
이직을 하여 새직장에 근무한지 두어달도 채 안되었는데 참으로 친절하기도 하여라~
따끈한 커피를 뽑아주는 동료부터 오늘 점심은 자기가 쏠거라며 시간 비우라는
후배까지 생일날 아침 우울하고 쓸쓸했던 마음은 갑자기 훈훈한 온기로 꽈악
채워졌다.
9시 10분 팀별 공지가 끝나고 9시 30분 부터 콜이 들어가는데
요즘 내가 맡은 업무는 콜센터 상담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통신쪽에 인터넷 유치
업무다.
경기가 여려운 요즘 콜센터 업무도 점점 힘들어지고 3년전 근무 여건과 지금은
엄청난 차이를 실전에서 종종 느낀다.
일은 어려워진 반면에 오히려 보수는 전보다
약화 되어지니 심란하기만 한데 6개월간 이어질 통신 인터넷 유치 업무에 회사측에서는
그래도 요모조모 다 따져 초기에 유치 실적이 좋은 상담원들을 투입한듯...
따르릉~ 신호음이 전해져 온다.
전날 재통화를 잡은 고객과의 통화다.
여보세요~~ 여기...
귀청이 떨어져라 아침 일찍 전화했다고 큰소리로 아우성이더니 쾅하고 끊어버린다.
욱~~ 치밀어 오르는 화~
에그그~ 참아야 하느니라~
그래 그래 입장바꿔 생각해보자 내고 고객이 되어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 마음에 수련이 덜되어 그런가 아니면
생일날 아침 첫콜에 짜증나는 고객을 만나 그런가 속이 상해왔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가서 뜨거운 온수를 틀어놓고 손을 닦았다.
그래 설움도 씻겨 어서 흘려 버리고 다시 화이팅!
그렇게 시작된 하루~
다행히 퇴근 전까지 무난하게 업무 성과를 올리고 하루를 마감하는데
평소 정스럽고 살곰한 오랜 친구로 부터 저녁이나 함께 하자 연락이 온다.
넉넉하고 과분한 생일 저녁 만찬(?)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딸아이의 남자친구로
부터의 문자 메세지~
생신 축하드려요~ 집 문앞에 신문지에 뭐 덮어진거 확인해보세요 ~
집근처 소위 최고의 명문대라 일컫는 S대에 재학중인 딸아이의 남자 친구 문자였다.
25층 에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눈에 한가득 들어오는 신문지에 덮어진것은?
....
와~~
세상에 태어나 생전 처음으로 홀로 맞은 생일에 세상에 태어나 가장 멋진
생일케잌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제과 제빵을 취미로 배운다더니 직접 근사한 케잌을
만들어 아파트 현관앞에 두고 간것이다.
세상은 이래서 살만한가봐~
아~ 감동이닷!
게다가 그 멋진 생일케익 상자위에 반짝이는 포장지로 싸여 있는 책한권~
그리고 책위에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어머니께~
안녕하세요? 우선 생신 너무 축하드려요
마침 제가 오늘 제과 제빵에서 딸기 스무디 케익을 만들었어요.
요즘 치아 안좋으시다면서요?
부드러워서 먹기 편하실 거여요.
앗! 그리고 냉동실에 약간 얼려 드시면 더 맛있다네요
그리고 오늘 서점 갔는데 좋은 책인거 같아서 하나 골라 보았어요
재미있게 읽으세요 (그리고 보영이도 꼭 읽어 보라고 하세요 )
겨울철 감기 조심하시고 꼭꼭꼭 건강하세요
생신 많이 축하드려요~
저~참 복도 많지요? 그렇죠?
이런 저런 사연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바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