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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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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자기비하


BY 후지 2005-01-20

"아냐, 우리 아이 공부 못해."

"아냐, 우리 집 돈 없어."

"아냐, 나 뚱뚱해."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고, 그러고 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기술적 자기비하'로 남들에게 겸손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었는데

내가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었고,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했는데

 그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 들을까싶어

전전긍긍해 진다. 뭐 이런 애매한 인간이 있을까?

 

오래된 이야기이다.

노사연씨가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로 기억된다.

한 정신과 의사가 노사연씨의 인기 비결은 자기의 약점을 과감하게 드러내 놓고

그 약점을 가지고 남들을 웃기는데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유머에는 겸손이 필요조건이다.

잘생긴 개그맨보다는 겸손하게 생긴 개그맨들이 더 많다는 걸 기억하는가?

외모에서부터 겸손해서 내적인 면까지 겸손해야 사람들의 방어막을 헤치고 만만하게

먹히며 들어가는 것이다.

 

난 친구들에게 만만하게 먹히고, 그들에게 겸손하다고 칭찬받고 싶었다.

난 나의 '기술적 자기비하'가 유머라고 생각했고, 그 유머가 친구들에게

유머로 전해져서 파랗게 웃기를 바랬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없는걸 없다'라고 하는 건 겸손이 아니었다.

'있는걸 없다'라고 말해야 겸손한 것이었고, 뒷끝이 허망하지 않은 일이었다.

오랫만에 걸려오는 친구들의 전화에 나는 항상 겸손을 떨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은 겸손이 아니었고, 순전히 자기비하였었다는 생각이 든다.

허참, 그러고 나니 겸손이고 뭐고 잘난척 하지 못한 그 순간이 아쉽다.

기술적 자기 비하.

기술도 내재되어 있는 기술이 있을때라야 기술이 통하는 법.

이제는 '기술적 자기 비하' 즉 '겸손'도 내 편이 아니다.

이제는 잘난 척을 할 때이다.

남들이 나보고 싸가지 없다고 욕을 해도 모르겠다.

'없는걸 없다'라고 말하기가 이제는 싫다. 내 속이 편치 않으니 말이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기술적 자기비하'가 잘 통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