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착하게만 살았다고 다 복 받는것도 아니고 반대로 세상 못되게 살았다고 다 벌 받는것도 아닌가보다.
이런 저런 생각에 풍덩 거리다가 한탄 섞인 팔자 타령으로 한숨 한번 몰아쉬고 그러다 웃고만 살자하던 새해 다짐도 순간 물거품이 되어 심난으로 다가온다.
딸아이마져 중국으로 떠나고 올겨울 들어 제일 춥다는 오늘 하루종일 빈집에 냉기가
싸하여 퇴근후 집에 오니 오늘따라 유난스레 마음도 춥고 몸도 춥기만하다.
콜센터 대부분 급여일은 매월 10일이다.
오늘은 월급날!
월급쟁이 샐러리맨들에게 한달 수고의 댓가를 받는 날이기에 즐거운 날이기도 한데
이쁜 딸이라도 있으면 밖에서 호호 까르르 맛난 저녁이라도 함께 하였을 터인데
지친몸에 터덜 터덜 나홀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오늘따라 천근만근 무게였다.
20kg 쌀한번 주문하면 전에는 한달이 부족하였으나
이제는 몇달이 가도 잘 줄어 들지가 않는다.
쌀통에는 동그란 박을 반으로 잘라 만든 쌀바가지가 들어 있는데 시어머니 살아생전
말씀이 쌀을 퍼내고 난 뒤 그 쌀바가지에 쌀을 소담하게 다시 담아 놓으면 복이
절로 들어온다 하셨다.
신혼초 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시어머님 저세상 가신지 몇년이 흘렀지만 마치
정한수 떠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오종종 매치르 어여쁜 쌀바가지에
쌀을 담아 놓았는데 그 복은 지금 오는 중인가? 아니면 지금 받고 있는것일까?
직장을 옮기고 한달이상 점심을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있다.
환경의 변화는 입맛도 떨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근심에 스트레스도
은근히 차올라 김한장에 단무지 시금치 당근 우엉 햄 계란 거기다 깻잎에 마요네즈
버므린 참치가 들어간 김밥을 한줄 먹는데 아니 어쩌면 먹는다는것 보다 떼운다는게
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침은 건너뛰고 단 한번의 지각이라도 만근수당에 지장이 있으니 부산한 걸음으로 마을
버스를 갈아타고 중간에 내려서 김밥집 문을 빼꼼 여노라면 주인 아줌마는 이제 말하지
않아도 얼른 부지런히 참치 김밥을 말아 주신다.
1분 1초가 아까운 출근 시간 아줌마가 김밥에 김이 모락이는 밥을 얹고 그위에 속재료들을
가즈런히 올려 놓을때 옆에서 선채로 포장할 호일도 떼어 펼쳐주고 단무지 챙기고 젓가락도 챙겨 후다닥 다시금 환승버스에 오르면 휴~~
30여분 빈자리를 찾아 앉은 뒤 눈을 감고 잠시지만 휴식을 취해본다.
그렇게 같은 일상의 반복
그렇게 흘러가는 세월
그리고 한달이면 찾아오는 월급날~
때로 이런 현실이 너무도 꿈같아 머리를 흔들고도 싶고 때로 이렇게라도 일할 자리가
있어 열심히 살아 가는게 감사하기도 하다.
20kg 줄어들지 않는 쌀통의 쌀로 혼자 먹자고 밥을 지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갑자기 먹기위해 사는건지 살기위해 먹는건지 궁금해져온다.
그때가 좋았다 가만 생각해보면...
어머~ 쌀이 벌써 떨어졌네 또 또 또~
지글 자글, 보글 보글 밥상머리에 화목했던 날들이 오늘따라 왜 이리 그리운 걸까?
그때가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