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티비나 컴퓨터를 켜면 반갑고 경쾌한 소리로 나를 반긴다.
심지어는 늘 지니는 핸드폰에도.....
실로폰 소리의 맑은 캐롤을 듣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교회에서 울리는 크리스마스의 종소리 아련히 들려온다.
지금의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우리도
크리스마스의 큰 의미도 모른체 다 같이 술렁 거렸던것 같다.
선물이 성행하지 않던 그 시절에 산타 할아번지가 선물 준다기에
그 부푼 기대가 더 커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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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남에서 돌아온 새 카만 김상사,' 라는 노래가 들려던 그 시절.
눈이 사슴 처럼 똘망 똘망 하던 옆 집 사는 경자는
큰 오빠가 월남에서 본내준 월남 치마(우리 엄마들이 입는 월남 치마와 다름)입고
긴 머리 곱게 땋은 월남 인형을 가지고 와서 우리의 부러움을 샀던 그 시절.
후미진 뒷 골목 까지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교회 종소리에 김장 무우 젓가락에 푹 찔러 먹다가 집어 던지고
동네 아이들 바빠진 걸음으로고무신 끌고 코묻은 옷 소매로
콧 잔등 쓱 문지르고 뛰어가서 난생 처음 교회라는 곳에 가서 눈 한번(기도) 감고 받아 온 눈깔 사탕과 빵을 자랑 하던 그 시절.
크리스마스 츄리 만들 겠다고 용돈 아껴 산 반짝이 끈을
겨울 나기 위해 들여 논 동백 나무 위에 칭칭 감고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는 황량한 석류 나무 위에도 감고 심지어는 잎 넙죽한 고무 나무 위에도 감았다가 무당집 만들어 놓았다고 할머니 한테 혼 나던 그 시절..
따뜻한 아랫목에서 4형제 둘러 앉아 한 이불로 무릎 덮고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아버지가 사다주신 설탕에 굴린 찹살 도너스 혀 끝으로 살살 아껴 먹던 그 시절.
그때의 크리스마스에는 눈도 내렸었지..
따뜻한 가족과 함께 하고 있는 사이
집 밖의 눈은 소리 소문도 없이 한~ 가득의 웃음을 안은채 소복 소복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