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베이비를 가져 입덫이 심하던 여편이 아무리 힘들어도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뭐가 떨어질까봐 이불 속에서 꿈적도 않고 여편이 차려다 주는 밥상를 받았다.
여편은 임신한 후 몸무게가 9킬로가 줄었다.
사남일녀, 아들이 많은 남편의 집은 아름다운 가풍이 있었다.
집안 일은 여자 몫이니 절대 남자가 도와주어서는 안된다는...
시어머니는 다 큰 아들들의 이부자리 개키는 일을 당연히 자기 몫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자들은 뱀 허물 벗듯 옷을 벗어 놓고 나가면 시어머니는 아무런 불평없이 그것을 옷걸이에 걸었다.
시어머니도 어쩔 수 없는 그 집안의 가풍이었다.
시어머니는 아들 버릇을 위해 매를 들었다가, 시할머니에게 오히려 맞은 일이 있었단다.
시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면서 시어머니를 때렸다 하였다.
"이년, 너도 맞아 봐라! 얼마나 아픈지.., 귀한 장손에게 매질을 하다니..."
남편은 그 집안의 장손이다.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던 시절 여편은 시할머니랑 같이 살았었다.
세탁기나 세제의 성능이 지금 같지 않았을 때라서 손빨래가 필요한 경우가 꽤 많았다.
퇴근해서 돌아 와 아이들 돌보랴, 집안일 하랴, 바쁜 여편은 가끔 남편의 도움을 청했다.
그것을 본 시할머니는 어김없이 화 난 얼굴이 되어 퉁명스레 말했다.
"**어미 직장 그만 두거든 빨래 같은 것 하지마라!"
일남삼녀, 여자가 많던 여편의 집은 남편의 집안과는 가풍이 달랐다.
친정아버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에 군불을 피워 가마솥 가득 물을 덥혀 놓은 후 들어와 친정어머니를 깨웠다.
"어이, 이제 그만 일어 나!, 물 덥혀 두었으니까 가서 밥 하자고..."
그리고 친정아버지는 친정어머니랑 같이 부엌으로 나가서 아버지는 불을 때고 어머니를 반찬을 만들었다.
위로 누나가 셋이지만 늦동이로 얻은 아들의 어리광은 허용되지 않았다.
친정아버지는 노냥 아들을 타일렀다.
"네 누나는 막내딸이니 철이 없어도 괜찮지만 너는 남의 집 맏아들이니 그러면 안된다."
여편은 그런 집안의 막내딸이다.
두 집안의 장남과 막내딸이 만나서 서로 자기 집안의 가풍이 옳다고 열심히 싸웠다.
물리적인 힘이 센 남편이 단기전에서는 우세였지만 은근과 끈기가 요구되는 장기전은 여편의 우세였다.
핏속에 한국 여인의 은근과 끈기가 흐르는 여편을 남편은 당해 낼 재주가 없다.
남편도 세월 따라 변했다.
아이들도 자라서 집을 떠나고 여편과 남편 둘이만 남았다.
퇴직한 남편과 여편은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누었다.
여편은 식사 준비, 남편은 빨래, 청소, 고양이 뒤치닥거리, 공과금 처리...가끔 설겆이까지...
여편은 하루 세끼 준비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니 그것이 공평한 것이라고 우겼다.
남편은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어쩔 수 없다.
여편의 주장에 의하면 젊은 시절 소홀히 한 집안 일로 여편에게 지은 빚까지 갚아야 했으니까...
그리고 모든 빚에는 이자가 붙는 법이라고 하기도 하고...
여편의 이자계산법은 고리대금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남자가 치사하게 이자율까지 따질 수도 없고...
거기에 여편은 남편이 맡은 일을 소홀히 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잔소리를 한다.
화장실에서 지린내가 난다는 둥, 입을 옷이 없다는 둥,...
"여보, 설사해? 왜 그리 화장실에 자주 가서 앉아 있어?"
"아니야, 소변 보는 거야."
"뭐? 아니 그런데 왜 앉아 있어?"
"이게 편해서..."
"정말? 이상하네,... 어찌 그것이 편할까?..."
"......"
"......"
남편이 천천히 대답했다.
"화장실에서 지린내가 나지 않도록 청소하는 것이 더 힘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