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느낌이 든다. 어느 세상에 와 있는 것일까. 귀가 멍멍한 상태에서 잔상들의 조합이 시작된다. 다 돌아가 정지되어 있는 테이프를 다시 돌린다. 배가 아팠었지... 화장실에 들어왔다가 일을 본 후 거실로 나갔어.. 토하고 싶은데 토해지질 않았어... 현기증이 나면서 다시 또 배가 살살 아픈거야... 화장실 변기에 앉았는데 기분이 이상한거야... 이러다 쓰러지면 어떡하지 하다 정신을 잃었나봐.. 그 후론 모르겠어... 그 상태에서 쓰러졌는지 일어나다 쓰러졌는지... 그랬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차가운 화장실 타일바닥에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흩어진 기억들을 모아 맞추며 내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빨간 안경테가 부러진채 내 얼굴밑에 깔려 있었다. 아.....아프다 그제서야 왼쪽 얼굴이 얼얼함을 느낀다. 뭐라 소리쳤을까... 아이들 이름을 불렀는지 기억조차 없다. 딸과 남편이 나와 쓰러진 나를 부축하여 거실로 끌어내려 하나 내 몸이 축 쳐져있다. 입술이 부르튼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깜짝 놀란 부녀지간의 손놀림이 바쁘다. 얼굴이 말이 아닌 모양이다. 피는 보이지 않았으니 다행인 것 같은데 볼때기가 아파 콕콕 쑤신다. 와중에 거울좀 달라 했다. 쓰러지면서 타일바닥에 턱을 부딪친 모양이다. 치아와 입술의 충격으로 입술이 피멍이 들어 퉁퉁 부어있다. 남편은 쯧쯧....연발한다. 12월 들어 세번째의 산행을 하였다. 8시간짜리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신입회원의 거나한 한턱을 받느라 푹 꺼져버린 배 채운다고 허겁지겁 먹었던 게 탈이었나보다. 시원한 동동주 한잔에 도토리묵과 감자전... 석잔씩 마시는 회원틈에 겨우 두잔을 비우긴 했는데 어째 마시는 두잔 째가 꺼림칙하였다. 집에 돌아와 가기 싫은 저녁모임에 참석하였다. 숯불고기가 이글이글 제몸 태우며 얼른 먹어달라 보채기에 한점 한점 입에 넣다보니 그 또한 과식을 한 것 같았다. 소화도 시킬겸 노래방에 가 한껏 내 실력을 발휘하며 분위기에 취한 것까진 좋았는데..... 남편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딸은 시험기간이라 공부한다 문을 닫았고... 그러다 어질어질한 머리에 살살 아팠던 배를 부여잡고 혼자서 쓰러지고 깨어나는 연출을 만들어 냈던것이다. 나를 잃었던 그 시간 과연 몇초 동안이었을까... 하루 지난 내 모습에 꼼짝달싹 외출할 수가 없다. 턱수염난 듯 시커매진 왼쪽 턱과... 부어오른 볼... 통증이 어제보다 조금 나이진 듯 했지만 모습이 가관이 아니다. 당분간 외출금지가 될 듯.... 과식하여 탈 난 나의 배는 저녁때쯤이 되니 넣어달라고 또 보채고 있다.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