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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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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추억


BY 물빛 2004-12-10

소리죽여 울던 바람이 가랑잎을 데리고 달려들었다.

 마치 내가 있어 더 서러웠던 모양이다.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 보아주고 다독이면 더 서러움에 복받혀서 울듯

쌓인 가랑잎을 모아 놓고 가르랑 거리던 바람이 내 얼굴에 기대며 울고 있었다.


투벅투벅 산길을 걷는 내내 등으로 기어오르기도 하고 옷섶을 파고 들기도 하다가 어느새
안중에 두지 않는 내게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을 했는지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춘 바람을
추억하지도 기다리지도 않고 약수터에 다다랐다.


그 곳에는 몸이 불편한 남자가 의자에 지팡이를 기대어 놓고 앉아 있었고

그의 부인인듯한 중년후반의 여자가 물병에 물을 담고 있다간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다간

다시 물을 담았다.
그 곳에서 물 한컵을 마시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던 중


작은 아이를 낳고 같은 병실에 있었던 한 여자가 떠 올랐다.

풍을 맞으셔서 몸이 불편하신 상태에서 치매증상까지 겹친 시아버지와 오로지 자신만

아는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그래서 쌓인 스트레스를 어찌 할 줄 모르는 여자가 털어 놓던

이야기가 귀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많은 이야기는 다 잊어버렸는데 산길에서 떠오른 말이 어느날 외도하는 남편을 그린

드라마를 보시던 시어머니가 시아버지께 "당신도 저럴거야?" 하던말에 기가차서 말이

안나오더라고


그 때 시어머니가 시아버지보다 더 치매에 걸린거 같더라고..
왜 그 말이 갑자기 귀에 들렸는지 내내 그 여자를 생각하며 산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