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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같이 살집에 대한 이자부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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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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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품


BY 올리비아 2004-12-06


며칠 전 집안행사로 
대전에 내려 간 난,

모처럼 동생 둘과 
올케언니와 함께

백화점 쇼핑을 갔다.

막내동생은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고 알뜰하다.

그런 짠순이가 직장생활을 한 후부터는 
제법 자기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눈치였다.

천원쓰는 것도 벌벌떠는 동생이
피부과에 거금을 들여 피부관리를 하더니 
어느 날은 라식수술까지..

우리집에서는 일대 혁명이라고 부르기로 했음이다.

네여자들 구름떼처럼 모여있는 
세일코너에 목을 빼고 기웃거린다.

싼거 잘 사면 돈버는 것이고
잘못 사면 돈 버리는 것이니 

아무리 싼 거라도 신중해야 하는 법..

언니와 동생은 세일하는 목도리 코너로 가고
나와 막내동생은 다른곳으로 천천히 걷고 있는데..

순간 막내가 작정하듯 고가의 화장품코너로 가더니
견본용 콤팩트를 열심히 얼굴에 바르고.. 

바르고....

또..바른다..

'음..근디 저 가스나가 왜케 오래 바르는거여~ 
설마 저렇게 발라놓고 안 사는건 아니겠지..'

분첩으로 열라 찍어 바르는 
동생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에고고~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구~

벽에 슬며시 기대 다리꼬고 서서는
언니가 오길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동생은 마치 제얼굴이 해운대 백사장인지 
상암 운동장인지 아직도 찍어 바르고 있다.

한참 후 언니가 와서 네여자가 모였음에도
동생은.....종업원과 얘길해가며....아직도다...ㅡㅡ;

기다림에 지루한 난 올케언니한테 물었다.

"언니 쟤 왜 저래?"
"야~이건 아무 것도 아냐~ 너 쟤하고 쇼핑하면 아마 놀랠일 많을 것이다..^^"

그날 난..언니말대로 정말 놀랬다.

기다리다 지친 세명의 여자들 
천천히 앞서 걸어 가고 있는데

한참 후 동생이 하얗게 분칠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묻는다.

"언니 어때? 내 피부색하고 맞아?"

동생의 얼굴을 쓱 한번 쳐다보곤
쌩뚱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마이클잭슨 같아...ㅡ,-"
정말 마이클잭슨 같았다..내 느낌에 충실한 대답일뿐이다..-_-
.
.
네 여자 스포츠매장으로 올라갔다.
메이커 츄리닝 한벌이 17000원이란다.

세 여자들 한벌씩 다 살 동안 막내동생 
티셔츠 한장 사면서 그 많은 사람들속에서 

바느질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으니..

의자에 앉아 또다시 동생을 기다리는 세여자들..
할 수없이 내가 대표로 동생한테 다가갔다.

"너 며칠전에 여기서 츄리닝 샀다면서?"
"응"
"그럼 가자! 필요없는거 그만 사고!"

간신히 꼬득여서 주차장으로 내려 가는데..
막내동생이 순간 우리를 불러 세운다.

"언니~"
"왜?"

"나 아무래도 아까 산 콤팩트 반품할까 봐.."
"헉! 뭐??"

"원래는 리필로 사려고 했는데 리필이 없다고 해서 그냥 샀거든..."
"리필 안되는거 알고 사놓고선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바꾼다고? 너 정말 웃긴다.."

"알기는 했지만 처음 살때부터 좀 마음에 내키지 않았었어.."
"그럼 애초에 사질 말았어야지..세상에 실~컷 발라보고 사놓고선 반품이라니..."

"왠지 후회할거 같아....."

"너 정말 황당하다~ 
자고로 물건을 살 때는 
생각은 길게하되 행동은 짧게하는거야!!
넌 생각도 너무 길고 행동도 너무 길어!.."

결국은 자기 고집대로 반품하고 돌아온 동생을 
바라보며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

"너같은 손님보면  정말 장사할 맘 뚝 떨어지겠다..
백화점이라 재수 없다고 소금도 못 뿌릴테고 
그 아가씨 얼마나 속으로 욕할까... "

난 마치 내가 화장품 종업원인양 열변을 토했다..

이렇게 다혈질인 동생한테 
입바른 소리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올캐언니는 시누라서 위험?수위의 말은 못할테고
둘째동생 역시 막내만큼 만만치 않은 다혈질인지라
서로 안좋은 대화 몇마디 오가면 바로 싸움이다.

순간 둘째가 내게 살며시 다가와 
귓속말로 고자질하듯 말해 준다.

"언니 저 정도는 약과야~ 얼마 전엔 냉장고 산다고 
하루종일 백화점 돌아 다녀서  냉장고 주문해 놓고선 
바로 다음 날 취소했어~ 반품이 아주 습관인가 봐~
그리고 물건 하나 사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 줄 알어? 
나 그래서 쟤하고 둘이는 쇼핑 잘 안해!"

캬~몬~난~놈~같으니~

잠시....다운된 분위기 업시키곤
네여자들 대전시내 은행동으로 향했다.

캬~왕년에 놀던 그곳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시내는 유구하거늘 인걸은 간데 없고나~~~ㅜㅜ;

네 여자들 모처럼 두부두루치기를 
먹으러 광천식당을 찾아갔다.

그리곤 잠시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그 매운 두부를 먹고 있는데 순간 

막내동생이 자기 핸드백을 보며 하는 말..

"내 핸드백은 왜 여기에 주름이 자꾸 지는거지?.."
"그거야 가죽이 부드러워서 그런거야~"

".. 왠지 이 핸드백 마음에 안들어..바꿀까 봐"
"뭬야?? 너 그거 언제 산건데?"

"어제.."

우리들은 동생의 반품소리에
순간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하다가

두부먹던 내가 냅다 소릴 질렀다.

"야!! 넌 인생자체가 반품이냐??"

언니와 동생이 내말에 박장대소를 한다.

"와~너정말 대단하다~아주 인간시대를 찍어라!~"

동생도 좀전에 백화점 콤팩트사건이 
떠 올랐던지 자신도 말해놓고 씩~웃는다.

"뭐 다른거 또 반품할건 없냐? 참..너 신랑도 반품하지 그러냐?"

"헤헤....."

"허긴 그건 안되겠구나..유효?기간이 지나서 ..."

ㅎㅎㅎㅎ

.....................

어느 날 
동생의 웃지 못할 
반품사건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어느 누구에게나 반품이라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하자가 있다면 물론 반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혹여 한 두번도 아닌 
습관적인 반품습관이 내게 있다면 

자신의 구매습관을 한번쯤은
뒤돌아 생각해 볼 일이다...

잠시..

뒤돌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