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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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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겨울


BY 그린미 2004-12-04

 

그 여자는 그 큰눈에 그렁그렁 물기를 담았고

일그러지는 그 여자의 입자위는 푸른빛을 띈 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들먹이는 어깨가 오늘따라 더 좁고 가파르게 다가왔다.

후두둑거리던 눈물이 길게 꼬리를 자르더니 나를 바라보는 동공이 촛점을 잃었다.

 

" 나 이제 어떡해요?..이 미련한게....죽을것 같아요....."

터지는 울음을 안으로 씹으려고 하얗게 드러낸 이빨 사이로 피가 고였다.

 

내가 그녀게게 해 줄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바라보며 혀를 차는 냉정한 이방인으로 그녀를 닥달하기만 했다.

"글쎄...내가 뭐랬어?..그건 아니라고 했지?"

 

수년전에 교통사고로 남편을 사별하고 어렵게 남매를 키우고 있는 그녀앞에 백마탄 기사가 나타났다.

싱글이라며  혼자사는 외로움을 그녀에게 쏟았을때 그녀는 그 기사를 내치지 못했다.

 

어느날 멀찍이서 그 기사를 눈인사 시켰을때 난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 남자는 아닌데....'

왠지 강남제비 같아 보였고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히 배어 나오는 중년의 싱글...

 

시큰둥한 내 표정에 그녀는 안달을 했다.

내 지원사격을 원했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를 배척한다는게 주제넘었다.

 

그러나 그들은 마하의 속도로 가까워졌다.

내가 말리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배떠난 항구였다

 

그녀는 새삶을 사는듯이 생기가 돌았다.

덩달아 요상해 지려는 내가 그들의 감정속에 뒤섞이는 기분이었다.

참내.....

 

그러나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조그마한 기업체를 가지고 소꿉장난 하듯 감질나게 회사를 꾸려가던 그가 경영난에 허덕이자 그녀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다.

그 뒷소문에 그녀가 까무라쳤다.

여엿한 유뷰남이었고 싱글이라고 죽을상하며 건드린 여자가 이 좁은 바닥에서도 적지 않았단다

 

수컷의 본능이 '사랑'이라는 허울로 그녀를 유린했다.

야금야금 적지 않은 살같은 남편의 보상금이 그의 수중에 들어갔다.

 

살맛을 잃어버린 여자,

3류소설의 주인공으로 어느날 격상된 여자.

그래도 한가닥 '설마'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여자.

 

White out (화이트 아웃)........

 

난 이 여자를 보면 이 단어가 생각난다.

 

남극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햇빛이 구름위와 구름 아래 사이의 설원이나 설산에서 동시에 난반사하면 물체의 그늘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이 여자는 여태껏 그늘없이 살아온 여자다.

그늘이 없기에 물체의 방향이나 거리 또는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화이트아웃의 그 눈부심에서 이여자는 눈을 뜰수가 없었던 거였다.

눈뿐만 아니고 귀도 멀었고 이성과 판단력 그리고 더듬이까지 몽땅 마술에 걸려 버렸다.

사랑의 사각지대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채 미로를 해메는 여자다.

 

내 얘기에 조금난 귀 기울여 주었던들.....

양지만 보지말고 음지에도 시선을 두었던들 이 여자는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텐데...

그여자는 숨겨진 그늘보다도 드러난 양지에 더 맘을 쏟아 부었던 거였다.

 

몸과 마음이 이 겨울에 그대로 노출된 여자.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고자 내민 내손이 자꾸만 안으로 오그라든다.

 

왜 이렇게 똑똑치를 못하고,

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내 입맛대로 혀 굴리는대로 살아지더냐고....

 

뚫여져 있는 빈틈이기에 비집고 들어오기가 쉬웠는지는 몰라도

그 빈틈 다시 아무는 고통도 또한 감수해야 하는 그 여자의 겨울이 짧지만은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