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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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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는 힘들어


BY 동그라미 2004-11-29

제목 : 맞벌이는 힘들어

 

"싫어!"

 

이제 30개월밖에 안된 딸아이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말중 하나입니다.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라곤 하지만 왜 그렇게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건지...게다가 하기 싫은 건 또 왜 그렇게 많은 건지... 내 딸이지만 그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야! 엄마 늦었어...제발...엄마 말 좀 들어...어?"

"싫어!"

"너 자꾸 고집부릴거야? 어?"

 

결국 나는 딸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게 하고 말았습니다. 딸아이를 떼리지 않겠다고 다짐다짐 하면서도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왜 자꾸 손부터 올라가는 건지...엉엉 울면서도 잘못했다고 한 마디 하지 않는 딸아이를 보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너 빨리 잘 못했다고 말 안해?"

"...."

 

한마디만 하면 금방 끝날텐데... 누굴 닮았는지 우리 딸아이는 절대 잘못했다고 하질 않습니다. 아침마다 이런 전쟁을 치르고 부랴부랴 사무실에 도착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합니다.

 

"엄마...나 오늘 어린이집 안갈래..."

"너 또......"

 

날 닮아 아침 잠이 유난히 많은 딸아이는 더 자고 싶은 마음에 툭하면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소리가 왜 그리도 내 마음을 슬프게 만드는건지...

 

맞벌이를 시작하고부터 집안 일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밀린 빨래가 세탁기 속에서 곰팡이를 피워가면서도 썩어 가고, 냉장고 속엔 유통기한이 훨씬지난 음식물들이 가득하고, 집안 구석구석은 딸아이가 어지러 놓은 상태 그대로 먼지가 쌓여갑니다. 여기 저기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고 마치 폭탄 맞은 집을 연상케하는 집안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그만 두고 싶지만...

나를 위해

딸아이를 위해

그만 두고 싶지만

그 놈의 돈이 뭔지...

 

이젠 내 삶의 하나하나가 다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