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첫날 밤 남편은 여편에게 말했다.
"남자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술집에 가야 할 때도 있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술집여자랑 하룻밤 잘 수도 있는 것이니 여자가 이해 해 주어야 한다."
여편은 기가 막혔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그런 것을 혼자서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은 알았다.
자기랑 결혼한 남자가 첫날밤 그런 말을 입에 올린 것은 꼭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기보다 순진해서거니 하고 너그럽게 이해하려고 하였다.
남편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자기 아버지와 어떤 밥집에 갔던 이야기를 했다.
밥이랑 술을 같이 팔던 집인데 아무래도 그집 마담과 자기 아버지가 보통 이상의 관계로 보였단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은 조금은 재미있다는 투로 이야기를 했다.
자기 어머니가 어떤 상처를 받을 것인가는 조금도 생각이 미치는 못하는 듯 했다.
그런 집에 자기 아들을 자랑스레 데려간 아버지의 아들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여편이 둘째를 임신했을 때부터 남편의 술집 출입이 잦아졌다.
하룻밤 술값으로 한달 월급을 다 날리고 온 날도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호기로움인양 남편은 자랑스레 그날은 자기가 술값을 냈노라고 말했다.
많은 액수이긴 했지만 여편은 별 불평을 하지 않았다.
남편의 월급이 사라져도 여편의 월급이 있었으니 먹고 사는 일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뭐가 잦으면 어쩌기 쉽다더니 드디어 새벽에 귀가한 어느날 남편의 와이셔츠에는 루즈가 묻어 있었다.
남편은 펄쩍 뛰었지만 여편은 더 이상 남편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말없이 일어나 옷을 차려 입었다.
간신히 여편을 붙잡은 남편은 그 후로 잦은 술집 출입은 자제하는 듯 했다.
그래도 술집에 갈 일은 있었다.
남편의 말대로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은 여편도 안다.
어느날, 남편은 기분이 좋아서 여편에게 자랑을 했다.
"여보, 오늘 말이야... 국장님 옆에 앉은 여자보다 내 옆에 더 이쁜 여자가 앉았지 뭐야. 디게 기분 좋더라. 그래서 말이지 내가 팁을 만원을 주었지..."
남편은 여편의 하루 일당보다 더 많은 돈을 팁으로 주고 왔다고 여편에게 자랑한 것이다.
연년생 어린 아이들 떼어놓고 돈벌러 다니는 여편의 일당보다 더 많은 돈인 것을 남편은 모르는 듯 했다.
여편이 날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며 출근하는 것도 남편은 모르는 듯 했다.
술 취한 사람을 보고 시시비비를 할 만큼 여편은 어리석지 않다.
기분이 좋아서 계속 횡설수설하는 남편을 아이 어르듯 달랬다.
"알았으니 어서 자요."
남편은 기분 좋은 어린아이처럼 잠자리에 들었다.
몇 년 후 전국이 인신매매범 이야기로 들끓었다.
그들의 천인공노할 만행이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고 티비 뉴스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흥분하기 좋아하는 남편도 흥분했다.
"그런 죽일 놈들이 있나, 그런 놈은 그저 공개 처형을 해야 되는데..."
얼굴이 벌겋게 달아 남편은 입에 거품을 물었다.
"총으로 빵! 쏘아 죽여야 돼, 아니 그런 놈들은 묶어 놓고 살을 한점 한점 저며 고통을 받다가 죽도록 해야돼..."
여편은 그런 남편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남편이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채고 머쓱해질 때까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이런 때 침묵의 효과를 여편은 안다.
분위기가 충분히 익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여편은 기다렸다.
그리고 때가 되었다고 느낄 때 물었다.
"당신, 정말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예요?"
여편의 말에 남편은 어리둥절해서 말한다.
"무슨 소리야?"
"당신 수요와 공급의 법칙 알지요?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있을까요?
당신 여자 있는 술집 가는 것 좋아하지요?
이쁜 여자가 옆에 앉아 술 따라 주면 술맛이 더 나지요?
당신 같은 사람이 있으니 인신매매범이 활개치는 것 아닌가요?
무슨 염치로 당신이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지요?
내 생각에 당신은 그들과 공범인데 말예요..."
당신, 정말 분노할 자격이 있나요?"
그 후 남편이 여자가 있는 술집에 가는지 안가는지 여편은 모른다.
하지만 남편이 여편에게 그런 집에 가서 술 먹고 왔다고 자랑하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