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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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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꾹 참고 살아... ★


BY 이쁜꽃향 2004-11-17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 온다.

 

맘~!! 몇시에 집에 오세요.

 

둘째녀석이다.

배가 고프던지

아니면 엄마 오는 시간까지 컴퓨터를 하려는 거겠지.

 

지치고 바쁜 날엔 화가 치밀어 그 화살이 그녀석에게 가 버린다.

"왜?? 무슨 일인데??"

목소리 톤만으로도 녀석은 내 기분을 즉시 알아챈다.

"엄마...안 좋은 일 있으세요?"

적당히 스트레스 받은 날은 이 정도에서 '참아야 하느니라'를 마음 깊이 새기지만

극도로 화가 나는 날은 큰소리가 나간다.

 

"중3 정도면 네 손으로 한 끼 정도는 해결해야 하는 거 아냐?

엄마가 만일 입원이라도 하면 어떻게 살래? 응??

언제까지 엄마만 기다리고 굶고 있을건데??"

녀석은 이내 공손한 말씨로 '네, 알아서 할께요'하고 끊는다.

 

그런 날엔 집에 가서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엄마가 화 내서 정말 미안해...'하기 일쑤다.

친정 엄마 계셨으면 또 한 마디 하셨으리라...

'그 넘의 성질하고는...쯧쯧...'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늘 비슷한 그 시각에 폰이 울린다.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아들넘 번호가 뜨자 짜증부터 난다.

"왜?"

내가 듣기에도 너무나 퉁명스런 내 목소리.

"엄마! 어디 아프세요?"

"아니..."

"그럼...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마음을 다스린다.

아이가 무슨 죄란 말인가.

"아니다...넌 몰라도 된다..."

 

친구들과 시험 공부하기 위해 우리집에 모였단다.

저녁밥을 먹으려고 참치찌개를 데우려는데 국물이 너무 없대나.

알아서 챙겨 먹겠다며 이내 끊는다.

터덜터덜 걸어 집에 도착하니 이미 식사가 끝난 모양새이다.

친구는 공부하고 아들녀석은 학원 시간이라며 나간다.

 

안방엘 들어 가려는데 문자 들어 오는 소리.

누굴까...이 한밤중에...

 

엄마.

힘 들어도 꾹 참고 오래 살앙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지쳐 보이는 엄마 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렸나보다.

아마 엘리베이터  타면서 곧바로 문자를 넣었겠지.

 

며칠 전에도 밤중에 위가 아파 약을 찾는 날 보며

못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일은 꼭 병원 가서 검사 해봐 응!!'라고 다그치던 녀석이

다음 날 저녁 땐 부리나케 문자를 보내 왔다.

엄마. 어디세요? 병원에서 뭐래??

웃음이 나와서 전화를 했다.

너만 속 안 썩이면 아무 염려없댄다.

 

다시 연거푸 문자가 들어 온다.

엄마. 그러니깐 위암은 아니지??

 

확실히 위암 아닌 거 맞는거지?

 

워낙 생각이 깊은 녀석이라

소견 좁은 어미의 언행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 버리는 통에 민망할 적이 많다.

 

눈물을 글썽이며 답을 보낸다.

그래!! 사랑하는 내 아들아!

아들 덕분에 엄마 힘 펄펄 나네. 

엄마가 미안하다. 사랑해.

 

아이들은 삶의 의미라던가, 희망이라던가...

축 쳐져있던 양 어깨에 새로운 힘이 솟게 하다니...

 

힘 들어도 꾹 참고 살앙.

 

그래...꾹 참고 살아볼께...

사랑하는 내 아들녀석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