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된 사랑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건 15개월 전입니다. 12월 중순,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써대느라 그 공간이 첫 만남을 위한 자리치곤 별로라는 생각도 미처 하지 못한 채 그 작은 얼굴을 딱 하니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얼굴, 온 몸이 빨갛게 상기된 모습, 넓은 이마,
낯선 곳으로의 나섬이 두려워 크게 벌어진 입과 그 사이로 나오는 울음소리.
녜... 그 사람이란 바로 우리집 첫 아가입니다.
이젠 돌도 지나 제법 작은 인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처음 보았을 때는 정말 작고 너무 보드러워서 선뜻 만져볼 수도 없었습니다.
분만실에 누워 젖먹던 힘까지 다해 소리소리 지르고 난 뒤라,
진이 빠져 멍한 상태에서 처음 만나게 되니 감동보다는 글쎄,
좀 허무했다고 하는 편이 더 솔직할 것 같네요.
간호사 분이 아기를 안고선 입맞추래서 시키는 데로 입맞췄더니
저쪽 어딘가로 데리고 가버리더군요.
그러고 나서야 겨우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 정말 내가 아기를 낳긴 낳았구나. 저 빨갛고 작은 아기를.
그러곤 혼자 슬며시 웃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장한 일을 한 것 같아서요.
신랑이 저 아길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넓은 이마만 봐도 아빠를 꼭 빼닮은 것 같으니
안 봐도 웃고 있을 신랑 얼굴이 상상이 되었어요.
역시나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아기 면회시간이 되어서 쪼로록 놓인 아기침대들 앞에 붙어서선
금방 아길 찾아내곤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대요.
물론, 아기는 잠자느라 우리 쪽은 보지도 않았지만요.
자기자식이고 보니깐 못생긴 모습까지 이뻐보이는 거, 어쩔 수 없나봐요.
이마는 너무 넓고, 머리숱도 별로 없고, 눈은 작아 보이고 그랬지만
그래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자식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지금은 벌써 일년 넘게 지났다고 처음 모습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요.
언제 그렇게 작을 때가 있었나? 싶은 것이 애들 자라는 것이 정말 금방인 것 같습니다.
요사인 뒤뚱뒤뚱 걸어다니다가 이리 쿵 저리 철퍽 하기 일쑤고,
말귀도 다 알아듣고 뜻이 안 맞는 것 같으면 제법 반항하는 소리도 하고 그럽니다.
그 소리라는 것이 알아듣기 힘든 외계언어 같긴 하지만요.
요즘 우리 아가가 제일 열중하고 있는 것은 붕~입니다.
그것은 바로 자동차를 가리키는 소리죠.
지나가는 차는 물론이고 그림책과 텔레비전에서 잠깐 스쳐가는,
혹은 쇼윈도에 비친 것까지 놓치지 않고 붕~ 얘기하곤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차가 왜 그렇게도 좋은 건지… 남자아기라서 그런가 봅니다.
언제 모터쇼에라도 한번 가봐야 할까 봐요.
우리집에서 제일 작으면서도 행동은 왕처럼 하는 우리 아가를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 아가가 늘 건강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이 푸욱 빠져있는 것처럼
다른 이에게서도 많은 이쁨을 받으며 자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