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항 근처에 볼일이 있어 강구 바닷길을 달렸습니다.
아침 가을 바다는 도도함과 차분한 두가지 색깔을 띄고 설레이는 아침을 열며
가을 햇살에 찰랑 거렸습니다.
바다는 파도를 몰고 파도는 수면위에 반짝이는 가을 햇살을
흠뻑 흡수해서 고운 모래사장에 펼쳐놓고는 또다시 바다로 밀려났습니다.
파도가 가져다준 아침햇살을 흠뻑 머금은 백사장은
은가루를 뿌린듯 반짝거려 한걸음에 달려가서
손바닥을 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가을 바다를 달렸습니다.
구불구불한 해송들 사이사이로 파도가 보내준 신선한 햇살은
모래사장을 지나 도로위를 달리는 나의 양미간에 아침 키스를 하고 달아나버리는 통에
상념에 깨어 수평선을 바라다보니 깊은 바다만큼 가을은 어느덧 절정의 끝을 보였습니다
요즘들어 왜이리 그리운 사람들이 많은지.
작고 하신 깔끔했던 내 엄마도 생각이나고.
내게 있어 크게 작용하지 않았던 이들도 그리워지는거 보니
역시 깊어 가는 가을 입니다.
가을은 숙연하고 겸손해지는 계절이라면...
봄은 내게 있어..반란의 계절입니다.
봄볕에 움트던 연초록에 감잎을 보며 마음속에 반란이 꿈틀대고.
초여름에 윤기나는 감잎처럼 여름은 반란의 윤기가 넘쳐 주체를 못햇떠랬습니다.
설레임으로 봄을 맞이하고 정렬적인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니 ..
가슴이 착 가라 앉으면서 잦은 상념속으로 빠져들어가고는 합니다.
황금 들판을 유유히 날으는 가을새들의 날개짓에도
깊은 상념속에 빠져드는 가을 입니다.
청색물이 뚝뚝 떨어질듯한 높은 가을 하늘이 처연함으로 자리하고 ..
여름내내 무성하던 감나무잎이 다 떨어져 나간 자리에
주홍색 감들이 청색 하늘에 주홍점을 찍은듯 대조를 이룰때도
괜시리 마음이 숙연하다못해 허허롭습니다.
가을은 ...
넘쳐나는 오곡과 과일들로 풍요을 느끼면서도
풍요속에 빈곤을 느끼는 계절입니다.
거둬들인 수확뒤에 휑한 빈들판이 나를 서럽게하고.
색색의 화려한 과일 나무의 빈가지에 초라함이 나의 초라함 같아
요즘 잦은 상념속에 빠져듭니다.
칼라들의 향연의 끄트머리에 도사린 고독이 독기를 머금은채
가을의 향연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화려한 색깔의 잔치를 벌이는 가을은 지금 깨춤을 추고 있습니다.
색깔의 축제속에 허허로움이 자리를 하고
그 허허로움속에 ...
이사람도 그립고 저사람도 그리워지는 깊어가는 가을 입니다.
그래서 가을은 상념의 계절인가 봅니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