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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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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과의 어긋나는 대화...


BY 아베마리아 2004-10-27

 어머님 해우(김)가 뭔대요? "
" 야야..해우 말다. 니는 해우도 모른데? "
"냉동고(냉동실) 열고 보면 딱 뵈는데 그것도 못찾아야..저리 답답해서 어떻게 산대?"
아이고, 정말 미치는건 전데 8순을 바라보는 시어머님과의 대화는 항상 이렇게 어긋나고야 만답니다. 시댁이 해남이라 명절때면 교통지옥속에 24시간 이상을 거쳐 드나 들던 시댁인지라 1년이면 많게는 2번 그것도 아니면 1번 갈까말까 하는시댁. 1년 가족 행사중에 어머님 생신, 아버님 제사, 추석, 구정 중에 그나마 6남 1녀중에 5째인 남편은 어쩌면 그렇게 중요 할때만 되면 바쁜지( 남편은 보일러 설비사) 1년 365일중에 계속 놀다가 가족 행사만 되면 항상 혼자 바쁜척 하는 바람에 결혼 12년이 되어 가고 있는 지금 까지 시댁에 15번도 못갔다면 다들 저를 욕하겠지요. 그나마 10번을 넘는것도 애들이 커서 이제 직접 제가 되리고 다녀서 그정도랍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말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 제가 시댁만 내려 갔다 하면 과묵해 진다는것.
결혼하고 처음 시댁에 내려갔을때 부엌에서 김치를 담던 어머님이 " 야야 저(수돗가를 가르키며) 에서 솔좀 갖고 온나 " 하시는거에요.김치를 담다말고 왜 솔을 가져 오라는지 이해가 안가서 다시 물었지요.
" 어머님. 김치하는데 솔이 필요한가요?"
그랬더니 대뜸 화를 내시며( 어머님 성격이 무지 급함)
" 그럼 김치하는데 솔이 필요 안한대? " 저를 기기막힌듯이 바라보시는거에요. < 아!!! 여기서는 김치 하다가 뭔가 꼭 닦는 습관이 있나보구나> 하며 수돗가로 갔더니 큰솔과 작은솔 두개가 나란히 있더군요. 뭐라고 또 묻기도 무섭다 못해 두려워 두개 모두를 가지고 어머님 곁으로 다가가 내밀었어요.
그랬더니 어머님 왈 " 뭐한데 그것 갖고 오냐?"
정말 울고 싶더라구요. 그때도 형님들의 도움으로 솔=부추 란것을 알게 됬지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는 이때 저도 시댁에 자주는 안가지만 남편에게 묻고 주위 전라도 분들에게 물어서 쪽지로 메모까지 해가며 공부했어요.
비닐 하우스=건지장, 망둥이=문조리, 고기=괴기, 배추=배차
양배추=간나이...
그런데 어쩜 시댁만 내려가면 딴 나라에 간것 같은지...
요번 구정때 였어요. 설 음식을 만글면서 조용함이 어색해서
(차라리 가만히나 있을걸)
" 어머님 현수 아빠는 오이를 안먹어요. 어릴때도 그랬어요?"
하고 여쭈었더니
" 오이야...? 그 귀한것을 우째 먹는데? " 하시네요.
그래서 " 어머님 시골에서 오이가 왜 귀해요?" 라고 또 여쭸어요. " 그럼 옛날에 오이가 안 귀했으면 뭐가 귀했냐? 우린
오이 구경도 못했다." 하시는거예요.
< 아~ 옛날엔 시골도 오이가 귀했구나> 하면서 마음속으로 오이의 귀함을 새삼스레 느끼려고 하는데 뭐가 다들 그리 즐거운지 낄낄대고 웃네요.
그때 2째 시숙님이 " 제수씨, 어머님은 우유도 오이
윗도리도 오이, 비옷도 오이라 해서 우리도 못 알아먹어요. 그리고 여기선 오이를 무례라 하니 그리 알고 있으쇼" 라고 설명 해주셨어요. 다시 한번 나름대로 외울것을 추가해 가며 궁시렁대며 열심히 외웠지요. 그런데 저의 시련은 거기서 멈추질 않았어요. 설날 아침에 뭔가를 열심히 찾는 어머님께
"어머님 뭐 찾으세요. 제가 찾아 드릴께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대뜸 " 다비 찾는다 " 하시더군요.
" 다...비....그게 뭔가요..." 어머님의 역정이 눈에 선했지만 어쩌겠어요. 하나라도 빨리 더 배워야지요.
" 아니 넌 아는게 뭐있냐...디비도 몰라야...." 라며 양말을 꺼내시더군요. 다비=양말 이였어요.
사는것이 참 여러가지로 힘들더군요. 영어는 못해도 우리나라말도 못 알아듣고 살고 있는 제가 한심스러웠어요.
34해 동안 살면서 나라말도 못 알아 듣는 제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열심히 배워라 하고 목청 높이고 살았으니...
하지만...
" 너는 핸드빤 없냐?" 하고 묻는 어머님께
" 있어요 어머님. 그런데 구식이라 그런지 잘 터지지도 않아서 집어넣어 놨어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 핸드빤이 터진대? 어째 터진대? "
핸드폰 터진다는 소리를 풍선이...아니면 폭탄이 터진다는것으로 알아들으신 어머님께 어찌 설명을 해드려야 할지...
제 잘못만은 아니겠지요. 어머님과 저의 대화가 자꾸 어긋남을 어찌 해석을 해야 하는지...누가 좀 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