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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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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은 누군교?


BY 그린미 2004-10-23

내가 사는 아파트 아랫층에 올해 아흔하나 되신 할머님이 작은 아들과 살고 계신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 현관문에 들어서면 언제나 계단에 멍하니 앉아 계시는데

촛점잃은 눈은 항상 상대방을 비켜가서 먼곳을 보신다.

 

요즘같이 날씨가 추워오는 날에도  찬 바닥에 앉아 계시는게 딱해서 박스 조각이라도 깔아드리면 한사코 거둬 내신다.

그냥 앉아 있으면 더 따뜻하다는게 거절하는 이유였다.

 

어떨때는 다리에 힘이 없다고 바닥을 기면서 엉덩이 걸음으로 집에 들어가시는게 보일때면

왜 그런지 가슴이 싸아하게 저려온다.

 

얼마전에는 아침부터 밖에서 떨고 계시는게 보였다.

아들내외가 문을 잡그고 외출을 했다는 거였다.

아침도 굶고 배가 고프다고 계단에 쪼구리고 앉아 계시는데 난감했다.

 

먼곳에 외출 하려다가 나왔는데 어찌해야할지 뾰족한 방법도 생각이 안나고.....

할수없이 다시 집에 들어가서 아침밥상을 차려 가지고 내려왔다.

 

밥상을 보고 나를 쳐다보시더니.......

"새댁은 누군교?.......첨 보는데......."

 

매일아침 마주치면 인사하고 우유랑 빵 건네며 내가 누구라고 번번이 말씀 드려도

그럴때마다 묻곤 하셨다.

 

대화는 뚜럿하게 하시는 반면에  나를 기억 하는건 하루를 넘기지 못하시는 것 같다.

그렇다고 치매는 아니신데 이상하게도 나를 기억하는건 거짓말 같이 머리를 흔드신다.

 

그런데 청소하는 아줌마는 용케 알아 보시고 인사도 제법 건네시는데 유독 나만 기억 못하시는것 같다.

물론 연세가 높으셔서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서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짚히지를 않는다.

청소하는 아줌마의 대답 또한 묘하다

 

"그 할머니 매일 보는 사람은 기억 못해도 가끔 보는 사람은 희안하게 기억 하시더라고요"

 

이걸 불가사이라고 해야하나...

일종의 치매라고 이름붙히기는 그 정도가 심각한것 같지는 않다

 

나날이 늘어가는 치매환자들은 이제 사회문제로 대두될만큼 심각하다

고령자가 늘어나는데 비례해서 그에따른 사회적인 부작용 또한 뒤를 잇는다.

 

수출 2000억달러라는 자부심을 가지는건 좋은데 가장 기본적인 삶의질도 그에따라 좋아져야 우리가 비로서 피부로 느끼는 선진국민일 것 같은데 아직 김도 오르지 않은것 같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나보다

그 할머니를 보면 자꾸만 나의 미래가 압축되어서 다가온다.

40년후에 나도 저런 모습으로 계단에 쪼구리고 앉아 있는게 아닐까.

 

그래서 매일보는 동네사람 붙잡고  이렇게 물을것 같다.

"누군교?.........첨보는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