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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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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장의 벼락 죽음


BY 그러게... 2004-10-21

우리딸 민주 단짝친구는 세영이다.

민주와 세영은 초등 3학년. 둘은 유치원때 부터 친구다.

둘다 꼬맹이.  각 각 자기반에서 제일 키가 작아 붙은 별명이다...

 

민주는 명랑 사교적이고

세영이는 적극 활달하면서 여자아이 특유의 여우같은 면도 있다.

주로 세영이가 우리집에 와서 놀곤 하는데 세영인 놀러 올땐 한껏 멋을 부리고 온다.

세영인 늦동이다. 대학생인 언니가 옷을 골라 주고 코디도 해준단다.패션감각이 있다...

 

우리 민주도 저 오빠랑 6살 차이니까 늦동이라면 늦동이다.

하여튼 둘은 닮은 점이 많다.세영이가 우리집에 드나든지도 4-5년은 된 듯 하다.

민주랑 세영은 인형 놀이,선생님 놀이, 엄마 놀이, 요즘은 컴퓨터 게임에 한창이다.

 

세영은 한 낮에 놀러 와 오후 6시경이면 집으로 돌아간다.

6시가 넘을라치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세영이 엄마다.세영인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세영이 엄마와 나는 어쩌다 만나면 안부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다.

 

민주도 가끔씩 세영이 집에 놀러간다. 나도 세영이 엄마와 마찬가지로

어둑 어둑 해질 무렵에도 민주가 돌아오지 않을때는 세영이 집으로 전화한다.

세영이 집에 놀다 오는 날에는  민주는 세영이 집엔 할머니가 계시고 강아지 색깔은 하얗고

세영 엄마는 아줌마들이랑 고스톱 치고  또 세영 아빠는 웃통을 벗은체 안방에 덜렁 누워 있다는 등. 조잘 댄다...

 

세영인 주로 토요일 일요일에 우리집으로 온다. 우리 식구들이랑  온천에도 같이가고

드라이브할 때도 따라간다.물론 세영이 엄마 아빠 허락을 받고 데리고 간다.

세영인 주말이면 으례히 우리집에서 노는 줄 안다. 또 어떨땐 한 동안  코빼기도 안보일 때도 있다. 요 몇 주가 그랬다.감감 무소식이다. 민주는 세영이가 궁금하지도 않나보다.

오면 오나부다 가면 가나부다다 .저렇게 무심한데 의외로 친구가 많다.  

 

한참 뜸~하더니 세영이가 또 나타났다. 오랜만에 민주와 신나게 노는것 같다.

세영이가 돌아가고 난 뒤 민주가 느닷없는 말을 했다.

"엄마 세영이 아빠 죽었대. 하늘 나라로 갔대"

"뭐!!  뭐라고?"

 

며칠전 민주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인데 오지 않아 혹시 세영이 집으로 갔나 싶어

전화했다. 세영 아빠와 통화였다.

그게 바로 며칠 전이다 .....아!  이럴수가 !!!

얼마전, 동네 슈퍼에 가다가 세영이 엄마랑 아빠랑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인생무상이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남편한테 얘기했다.깜짝 놀란다.

정말 남의 일 같잖다. 자다가도 언뜻 생각나 뒤쳑였다.

 

세영인 아직 어린아인 어린아인가 보다 .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 도 논다.

오늘 세영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 세영이 아직 거기 있어요?"

"방금 갔는데요. 저~~"

"네 알겠습니다"  뚝--

세영 엄마에게 어떤 말로든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는데 ....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