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방송이 나온다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정전이라고..
별달리 피해보는 시간대가 아니것 같아
걍 마음의 준비만 다소곳히 하고 있었다...
아침 먹고...습관처럼
커피물을 올려놓고는 가스렌지를 켰다..
얼래?
불이 안 켜진다..--;
그런거야~ 그랬던거야~
정전이 되면
가스불도 안켜지는 거야?~
내겐 필요했다.
뜨거운 물이...-_-;
전자렌지로 물을 데워?
바보..정전이라잖아...
아...
방법이 없네..
그렇다고 찬바람 살살 불어
발도 시려운 판에
찬물로 타 마실순 없고...
시계를 올려다보니 11시다..
흐미 3시까지 어찌 기다린다냐....
쩝...
마약중독자가 따로 없군..
아흠...졸려...
정전으로 인해
그 짧은 시간도 못견뎌내고 있는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구나..
인류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자숙하자 자숙..쩝...
거실 밖을 내려다 보니
가을 햇빛에 노다니는 잠자리가
겁을 상실한채 높이도 날아 다니네그려..
나무잎들도 이젠 가을빛을 내려고 애쓰고 있군..
또 한 계절을 이겨내려면...지도..힘들껴..
순간..
거실 창밖을 바라보다 눈에 확 띄는게 있었으니.. ..
그것은 바로 베란다 구석에 보이는 휴대용 가스렌지였다
흐하~
바로 저것이야..
음하하하...
당장 부탄렌지를 거실 바닥에 활짝 펼쳐놓았다.
흠..근디...
이거 한번도 해보질 않아서
어케 켜야 하는지 잘 모르는디...
매번 남편이 부탄가스 켤때면
난 혹시라도 뉴스에 나왔던 폭발 장면을 떠올리며
멀찌감치서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아니다..
딱 한마디 큰소리로 외치곤 했다.
"조심해!!"
내가 가장 겁내 하는게 있다면
자동차와 불이다...ㅡ,;
에휴~내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자세히 들여다라도 봤어야 되는건데..
음..대충 보니까 부탄을 만지고
뭘 딱 눌러서 키면.. 불이 나오던데....
아띠....
커피한잔의 유혹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모험을 하다니..ㅡㅡ;;
나 중독자 맞다..
남들하는 것처럼 흉내내본다.
부탄통 한번 맞춰보고
따르르륵....돌려보니..
어머...안켜지네...
디따.. 겁나네...ㅡ,,-+
다시 한번 요리조리 매만져 보고는
멀리서 팔을 쭈욱 펴서 천천히 돌려본다.
따르르륵....
아띠...또 안켜지네...
이젠 ...무셥다..
에휴......
뭐가 문제냐고..
별다른 조작도 없는거 같은디..
빙고!!!^^*...
자세히 보니 부탄통을 퍼즐처럼
잘 돌려서 맞추는게 보인다.
마지막 도전이다.
다시... 한번
따르르륵....
우아~우아~
켜진다 켜져...*,*
오호라...
가스렌지 불빛이 이렇게 황홀할 수가.....ㅎㅎ
이렇게 거실 한가운데서
가스렌지와 한참을 씨름하다가
성공한 불꽃에....
커피물을 살포시 올려 놓고는
강아지가 개밥 기다리듯 쪼그려 앉아서
물이 끓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거실 한가운데 김이 뽀로로 난다..
으흐..^ㅡㅡ^
작은 희열로 입가에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호르르 짭짭..
호르르 짭짭..
(호르르 짭짭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린데?
이건 둘리에서 나오는 마이클이 부르던 노래가사 아녀..ㅋㅋ)
오메...좋은거...
오메.......맛있는거...
요케 마시니 참말로 맛있네그려....
이렇게 독창적인 커피맛
마셔 봤나구요~ㅎㅎ
어렵게 마신 커피라서 그런지
커피 맛이 꿀맛이네그려..
역쉬 커피맛은 분위기가 오십프로여..^^~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면서
순간...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앉아있는
부탄가스를 내려다 보니...
쪼메 어이가 없네요..
혼자 놀라 긴장하고..
혼자 좋아서 히히덕 거리고..
이렇게 독창적인 아줌마
보신적 있나요?
ㅎㅎㅎ
저도...
이런 이상한 아줌마
처음 봐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