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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떠도는 마음들...


BY 선물 2004-10-21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들...
그저 상징적인 표현으로서의 아픔이 아닌 실제로 느껴지는 진짜 아픔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정말로 몸까지 아프게 만듭니다.
나를 아프게 하는 생각들에서 잠시 물러나 있으려 해도 어느새 묵직한 것이 다시 명치끝에 걸리며 결국은 그 아픔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살면서 참으로 많은 말을 내뱉고 삽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말들은 모두 허공에서 부서져버립니다.
딱히 하고싶었던 말도 아닌데 절로 입 밖으로 쏟아져버린 말들이기 때문에 온전한 제 모양도 갖추질 못했지요.

사실 진실로 하고싶은 말들은 따로 있습니다.
내뱉고 위로 받고싶은 아픔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말들은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주변에 내 말을 들어줄 가까운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하고싶은 말, 정말 위로 받고싶은 일은 오히려 제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내뱉은 말이 곧장 그들의 가슴으로 가서 또 다른 아픔이 되어 박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 하지 못하는 말이 제일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남편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지는 말들이 사실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또 가장 가까운 부모님께 달싹거리는 입술을 더 많이 참아내어야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부모님이기 때문에 제 고통이 눈덩이처럼 몇 곱절로 불어나 그 분들께 더 큰 아픔으로 못 박힐 것임을 잘 알기에 더 많은 것을 감추게됩니다.


예전에, 지금보다 더 철없을 때는 그런 생각하지 않고 감정들을 다 표현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구름 같은 걱정만 끼치게 되었고 나는 덤으로 그 말을 꺼낸 것까지 후회하며 더 아픈 맘만 되고 말았지요.
그래서 깨달았지요. 내 고통이 자신에게도 진정 고통이 되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말을 참자. 말을 해봤자 결국 내 가슴만 더 아프더라...
그래서 내 고통을 비교적 무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했답니다.
내 아픔이 상대에겐 큰 고통이 안되면서도 나 자신은 그 사람에게서 위로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때로는 정말 운 좋게도 그렇게 참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때론 그렇게 함으로써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젠 발가벗겨진 모습 전부 그대로를 남에게 보이고 싶진 않아졌습니다.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니라지만, 정작 그 자존심이란 것을 다쳤다고 느끼게 되면 화풀이로 나 스스로를 자꾸 상처 내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젠 힘들어도 조금만 표현합니다.
아주 살짝... 그렇게만 표현합니다.
나머지는 다 속으로 삭힙니다. 그리고 우울합니다.

오늘도 힘든 일이 많은데... 나를 힘들게 한 것이 뭔지도 아는데... 누군가에게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고 마구 퍼붓고 싶기도 한데... 할 수가 없습니다.
시원해진다는 것.. 그건 절대로 성취할 수 없는 감정임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쩜 도로 상처가 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살짝... 살짝... 이런 맘을 글로 표현해봅니다. 저 자신에게도 적나라하게 다 표현하면 절대 안됩니다. 그렇게 하면 정말 저 자신 우울증을 앓게 될지도 모르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나를 들여다보기라는 작업도 아주 조심스레 해야지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추고 결국은 나도 속이고...

그렇게 적당히적당히 얼버무리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렇게 살면 어떻게든 살아질 것 같기도 하니까요.

근데...
저 같이 이런 맘 앓는 사람들 많지 않나요?
저만 이런 거 아니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작 저 자신도 다른 이들에게 한 줌의 위로조차 선사하지 못하는 사람임을 느낍니다.
마음을 앓고 하지 못한 말들로 곪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전 그들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들에게서 가여운 나를 보기에 가깝게 느껴지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