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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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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 함께


BY 바늘 2004-10-20

어린 시절 바로 옆집 나와 동갑인 친구네는 연연생으로 둔 자식이 줄줄이 어찌나 많던지 학교 소풍날 김밥을 준비 하면 그양도 엄청나서 친구의 어머니는 부산한 손길에 새벽부터

손이 바쁘셨다.
 
반대로  언니, 오빠, 나 그렇게 셋인 우리집은 단촐한 형제들로 비교적 조용하였고

소풍날 김밥속에 들어가는 재료도 옆집 친구네 속재료, 그러니까 단무지 계란 덴부라(어묵)가 고작인것에 비하면 참으로  훌륭했었다.

 

적어도 분홍빛 쏘세지에 초록의 시금치까지 색 맞춰 넣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친구네는 딸이 여섯이나 되었고 맨밑에 남동생 하나를 보았는데 아들을 낳을때 까지 계속 아이를 낳으신 친구 어머니는  소원대로 막동이 아들을 낳아 애지 중지 집안의 보물로 키우시면서 행복해 하셨다.

 

내 어릴을적은 잘 몰랐으나 이제사 나이 들어 사십 중반을 훌적 넘어가고 있는 요즘 새삼

단촐한 삼형제가 참으로 쓸쓸하다 싶게 느껴지는데 양보다 질이란 말을 억지로 짜맞춘다면 세상에 오로지 하나뿐인 그언니가 형만한 아우 없다더니 막내인 나에게 너무도

살가웁게 다정 하여라~~

 

언니도 직장 생활로 바쁘면서 오늘도 연락이 왔는데 김치는 안 떨어졌는지 묻고
내일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한가위 추석에도 돌아가신 친정 엄마 대신이라며 추석 음식으로 녹두 빈대떡까지 

골고루 장만하여 봉지 봉지 싸주더니 그간 집안의 자랑으로 시집 잘갔다 내놓게

자랑으로 일삼던 동생이 구비진 인생에 눈물 콧물 잘 떨구며 살아가니 언니

마음인들 어디 편할까?

 

오늘도 하루 종일 고객님 외치며 고단한 하루 일과를 보냈고 퇴근길 어두워진

밤하늘에 반으로 절반 또옥 갈라진 반달 한번 쳐다보면서 집으로 터벅 터벅 걸음을 하였다.

 

일년에 한번있는 직장 단체 건강 검진이 있었던 오늘, 작년보다 시력은 좀 더 떨어졌고
심장은 정상 그리고 혈액 검사로 나오는 자세한 검진은 얼마 후 나온다 하였는데
작년 처럼 재검이 나올까 의문사항이다.

 

언제나처럼 빈집에 달칵 문을 열고 들어오니 쥐죽은듯 정적이 사뭇 절간 분위기인데
이시간 그래도 이렇게 차분하게 나의 하루를 그려볼 수 있음도 어찌보면 행복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억지로라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애써 가져본다.

 

가요를 들어볼까? 아니면 팝 아니면 세미 클라식?

 

에이 이도 저도 아니면 신고산 타령이라도?

 

배는 고픈데 과자를 먹을까 아니면 신김치에 이틀된 보온 밥통에 밥한술?

 

이러면 안되는데 또 다시 지난날 풍성했던 저녁 식탁이 삼삼한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내일은 아니면 모레는 화려한 만찬을 장만하여 즐겨봐야지

 

님(?)과 함께  후후~~

 

꼬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