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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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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눈물


BY 오월 2004-10-17

파랗고 노랗고빨갛고 너무예쁜 가을날 남편의 뒤를 따라

충북 영동에 있는 작은 산을 오릅니다.

누군가보면 참 다정스럽다 또는 한가로이 보이겠지만

산을오르는 남편도 뒤를 따르는 저도 아무런 말이없습니다.

 

한낮의 태양은 아직도 따가워 등줄기로 쉬임없이 땀이

흐릅니다.정지된듯 힌구름도 그렇게 나무위에 걸려있고

숲속에 작은 산새들의 호르륵 움직임만 간간히 느껴질뿐.

 

여느때 같으면 저 예쁜꽃들에 감격하고 내입은 즐거움에

쉴새없이 떠들어 대겠지만 남편의 무거운 발걸음을 열심히 쫒을뿐....

그렇게 올라 산중턱에 공동묘지에 도착했습니다.

파랗게 잔디가 자라는 큰 묘지가 두개있고 그 사이

봉분도 하나없이 밋밋한 곳에 제수를 차린 남편은 담배

한개피와 캔커피 하나를 놓고 절을 올립니다.

등을 태울듯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남편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그늘로 찾아들어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남편은 그 뜨거운 태양을 고스란히 받으며 주저앉아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리는걸 닦지도 않고

자꾸만 중얼거립니다.

"경석아!미안해!나 원망말고 좋은곳에서 편히 쉬어,

너무너무 고생시켜 미안했다."

남편도 울고 나도울고 산새도 웁니다.

 

작은 라면상자에 두사람 옷가지 몇개를 챙겨 우리는

처음 동거 부터 시작하여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너무나 성실한남편과 그런 남편을 잘따르고 열심히

산 우리는 아들하나 딸하나를 낳고 20년 세월이 흐른지금 기사님을 10명 고용한 작은 운수회사를 하고 있습니다.작지만 남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루 말할수 없도록.....

 

이제 안정된 생활을하고 있지만...

봉분도 하나없이 할아버지 할머니 품속에 꼭붙들려 묻혀진 그사람은 남편의 고향 후배이자 우리 기사님중에 한분 이였습니다.

담당 기사님이 운행을거부한날 대타로 차를 운행하다

고속도로에서 그렇게 먼길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사고 흔적하나 없이 멀쩡하게 차가 사무실로 돌아오던날

얼마나 얼마나 슬프던지요.

그렇게 피해하나 주지않고 혼자서 훨훨 가버렸답니다.

 

아직도 그사람이 잠자든방에 우리남편 매일 불을 켜놓고

퇴근을합니다.

마음은 언제나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오늘에야

겨우 두번째 산소를 찾았습니다.

결혼도 하지못한 아들을 땅속에 묻은 부모의 마음을

어찌해야할지 남편의 저 깊은 상처를 어찌해야할지 더이상 목이메여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립니다.

 

돌아보고 돌아보고 내려오는길 결혼20년만에 처음으로

남편이 제 손을 가만히 잡습니다.

전 남편을보며 말합니다.

"여보!난 당신맘 알아!함께 이겨내보자!마음에 빚이 갚아질지 모르겠지만 우리 죽은사람 욕되지 않게 살자!"

 

그리고 우리는 예쁜 가을산과 고마운 그사람을 뒤에두고

그렇게 왔습니다.

저 산중턱에서 그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는듯해서

차마 뒤돌아 보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