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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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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리에 동정 달기


BY ns... 2004-10-16

"ns야, 너 요 아래 세탁소에 가서 이 저고리 동정 좀 달아 달라고 해서 가져 올래?"

언니의 신혼 집에 놀러 간 내게 언니가 부탁했다.

언니의 부탁이 낯설었다.

여지껏 세탁소에 가서 동정을 달아 달라고 한다는 것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그런 일로 돈을 낭비하는 아줌마는 없었다.

결혼한 여자라면 자기 손으로 가족들이 입는 한복 정도는 만드는 것이 기본이었고, 그런 기본이 안되어 있는 여자라도 동정 정도는 스스로 달아 입는 것으로 알았으니까...

"언니가 달아 입어! 창피하게 동정을 달아 달라고 어떻게 들고 가?"

"난 할 줄 모르는데..., "

언니는 동생에게 부끄러워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여자가 그런 것도 할 줄 몰라. 이리 줘 봐!"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나는 친정엄마가 딸을 책망하듯 언니를 야단치고 있었다.

"너 할 줄 알아?"

"한번도 안 해 보긴 했지만 그까짓 것이 뭐가 어려워?"

이리하여 용감하게 언니에게서 저고리를 받아들고 바늘에 실을 꿰었다.

"다른 저고리 주어 봐, 어떻게 달았나 보게."

난 언니에게 큰소리를 쳤고 언니는 동정도 달 줄 모르는 죄인이 되어 고분고분 다른 저고리를 서랍장에서 꺼내 왔다.

이리 뒤적 저리 뒤적 언니가 꺼내 온 저고리를 뒤적이며 동정을 달았다.

서툰 솜씨에 동정이 좀 쭈굴쭈굴 해졌지만, 군데 군데 실밥이 보이고, 바늘 자국이 보이기도 했지만 동정은 저고리에 가서 붙었다.

"너 참 신통하다. 어떻게 한번도 안 해 본 것인데 이렇게 잘했지?"

언니는 저고리를 만지면서 감탄했다.

"참, 잘 했다. 나도 이 다음에 세탁소에 맡기지 말고  내가 직접 해야지..."

"제발 그렇게 해, 무슨 여자가 결혼해서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그까짓 것도 못하고..."

나는 의젓하게 다시 한번 언니를 타일렀다.

이렇게 하여 언니는 내가 달아 준 동정이 달린 저고리를 입고 시댁엘 갔다.

시댁에 간 언니는 갓 결혼한 새 며느리라고 시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이곳저곳 친척집에 인사를 다녔다.

한복을 예쁘게 차려 입고...

지금이야 볼품없는 노인네로 변했지만 그 시절 울 언니는 참으로 예뻤다.

문희가 한참 줏가를 높이던 때, 문희보다 예쁘다고 보는 사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다.

그런 언니가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인사를 가니 가는 집마다 예쁘다고 어른들이 칭찬하고 어린아이들은 새색시를 구경하기 위해 졸졸 따라다녔단다.

울 언니 기분이 좋았단다.

하긴 예쁘다는데 싫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이 사람 저 사람 칭찬에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어깨에 힘이 들어 간 울언니를 누가 조용히 불러서 돌아보니 시외숙모였다나...

"자네 잠깐 나 좀 볼까?"

그리하여 그 시외숙모 언니를 한쪽으로 불러내더니 웃으면서 물었다.

"동정도 자네갸 달아 입었나?"

울 언니 시외숙모의 웃는 얼굴을 보고 동정을 직접 달아 입은 것까지 칭찬해 주시는 것으로 알고 더욱 기분이 좋았단다.

수줍게 웃으며 하지만 맘에 쬐끔 찔리는 것이 있어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하였다.

"네..."

"그래?, 참 예쁘게 잘 달았네."

언니는 칭찬에 붕 떠서 그만 안 할 말까지 하고 말았다.

"시골에서 어머니가 하는 것을 많이 봐서요."

언니의 대답에 시외숙모는 더욱 따뜻한 미소를 띠우며 언니의 동정을 보면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더란다.

" 그런데 요 다음에는 겉으로 오는 동정 끝이 고름에서  요렇게 손가락 두개 정도 올라가서 달면 더 예쁘게 될거니까 그렇게 해보게나."

 

집에 돌아 온 언니는 나 때문에 창피 당했다고 투덜거렸다.

"내가 뭐 동정 다는 것이 그렇게 까다로운 것인 줄 알았나?

그저 아줌마는 아무나 다 하기에 쉬운 것인 줄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