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꿈많고 책을 좋아하던 소녀적
나에겐 남모르게 꿈을 준 당사자도 모르게 꿈을 준이가 있다.
공부 잘하고 예쁘고 늘씬하기까지 했던 그언닌 한마디로
나무랄때가 없어보였다.(소녀인 내가 봐도 정말 예뻤다)
세라교복에 잘록한 허리 양갈래로 가지런히 땋아내린 윤기나며
사뿐사뿐 걸을때 잔잔히 찰랑거리던 머리.(모든게 환상같았다)
주변에서 짖궂은 오빠들이 휘파람을 불고 가까이 해보려 했지만
한편 도도해 보이면서도 잔잔한 미소로 감히 범접을 못하게
하는 분위기.
그런 언니가 대학을 나오고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있으면서
당연히 그에 어울리는 적당히 경제력도 있고 학벌도 있는
멋있는 남자와 짝을 이루었다.(사람들은 당연하다 생각했다)
한데 미인박명일까?(들은 소식에 의하면---)
언니가 딸아이를 하나 낳아 3살쯤 될 무렵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다시피 했다가 장기간이 지나 깨어났는데
지능이 7,8살 아이만큼 됐다 했다.
직장도 그만두고 남편 병구완하랴, 시어른들 봉양하랴, 아이키우랴
나름 적지 않게 몸도 마음도 고생을 한 모양인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언니가 다시 직장을 나가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남편에겐 의처증과 상상 못하던
폭언, 폭력을 당하며 시달렸던 모양이다.
그런 사정을 뒤늦게 알고 친정에선 데려오려 했지만
자존심 강하고 착했던 언니는 어린 딸아이가 눈에 밟혀
그래도 그냥저냥 포기하고 살려 했던 모양인데
시댁에선 언니의 그런뜻을 다르게 생각했다 한다.
남편의 사고로 보험회사에서 받은 돈이 문제였다.
그 돈을 노리고 언니가 모자란 남편과 아일 핑계로 살면서
돈만 손에 쥐면 모두 버리고 도망을 갈거란 생각에
시집식구들의 구박도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친정식구들도 이에 기가 막혀 양쪽집이 대판 싸움이 있고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 생각한 언니는 돈도 아이도 남편도
포기한채 빈손으로 혼자가 되어 차마 친정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방하칸을 얻어 시댁을 나왔다고 들었다.
끝으로 1,2년이 지난후 들은 마지막 소식에 의하면
시댁식구들로 부터 받은 상처가 너무커(사랑 받다가 배신당한 상처)
힘들어 했으나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격려로 아픔도
많이 치유하고 조용히 살고 있는데 그때까지도
어린딸을 두고 나온 죄책감에 아이들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 적신다 했다.
꼭 조선시대 얘기 같았다.
그처럼 착한 언니에게 상처를 준 얼굴도 모르는 언니의
시댁식구들이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고 언니가 하루빨리
상처를 딛고 일어나 정말 정말 맘씨 좋은 따스한 남자만나
새로운 가정에 안착해 예쁜아기도 갖고 알콩달콩 살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