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메일을 열어보았다. 요즈음 단골손님들이 뜸하여 들어온 것은 없었지만 “가을을 담은 새 편지지”들이 여럿 있었다.
풍성한 가을 야채들, 야들야들한 날개를 움직이고 있는 잠자리, 붉게 물든 단풍잎이 사뿐히 내려와 앉은 벤치, 전통 한복을 입은 명절풍경,
어떤것 보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이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얼마전만 하여도 난 예쁜 편지지를 사다가 나뭇잎들을 말리어 붙여 보내곤 하였었다. 여느 잎보다도 빨간 단풍잎이 가장 예뻐 올해는 아예 단풍나무 한그루 사서 심었다.
지금은 연두색의 작은 잎들이 예쁘게 나와 있는데 정작 붉게 물들면 책갈피에 말리긴 하겠지만. 이렇게 예쁜 편지지들에 빠른 속도로 훨씬 편리한 메일을 사용하다 보니. 글쎄 뭔가 잊어버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잘 말려 카드도 만들고 메일이 없는 친구들에게 좀더 부지런을 떨어 편지를 보내어야지.
사방천지로 꽃들이 즐비한 이즈음,
오늘부터 이곳의 학교들은 2주간 봄방학에 들어갔다.
딸아이가 있는 켄베라 국립대학은 방학이 일러 벌써 2주간 마치고 오늘부터 개학에 들어가느라 지난 금요일에 집을 떠났다.
지난 두주 집에 와있는 동안 갑자기 난 2개의 학교를 오가며 일하느라
너무 힘들고 바빠 딸아이와의 시간을 많이 갖지는 못하였지만 대신 딸아이가 집안일을 도와주어 일하기 한결 나았고 힘들다며 엄살도 적당히 떨기도 하였다.
오히려 서로의 좋은 시간들이 된 것 같기도 하였다.
마치 밤과 낮이 바뀐듯한 아이의 생활에 함께 집에 있었으면 아무리 참아도 잔소리가 안나올리 없었겠지만 눈에 안보이지 넘길수 있었고.
그도 집안일을 조금 도와주며 생색낼수 있었고.
차츰 자라면서 달라지기도 하겠거니 믿을 수밖에.
이번 여름방학에 인디아로 여행을 간다고 준비하고 있다.
하나도 모은 돈은 없는데 융자를 내어 간다고 하였다.
나중에 막상 일을 하게 되면 장시간 여행갈 기회가 없을것이라고.
그 말을 들으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빈털터리 주제에 웃기기도 하다.
내가 빌려주면 더 싼 이자에 쉽게 빌릴수 있지만 한 몇일 남편과 의논한 끝에 저가 원하는 학생융자 받는 것을 허락하였다. 물론 내가 보증인이 되어 주어야 하고 이자도 더 비싸고 졸업하고 직장을 갖고부터 갚기 시작하니
그 안에 내어야 하는 이자가 많기는 하지만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또 직장을 갖어야 하니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고. 우선은 본인이 원하니 그렇게 하라할 수밖에.
그래도 먼저 가난한 나라를 돌아보는 것이 다행인 것 같았다.
여행은 후진국을 먼저 보고 선진국을 돌아보는 것이 ….
잘한 선택인 것 같았다.
내일이 추석이다. 2년 전 서울에 갔을 때는 10월 하순이였는데.
공기가 맑고 향내좋은 강릉내를 지나 포천 작은 카페에서 옛 흘러간 팝송에 취해 문을 닫을 때 까지 앉았다 나오니 바로 손 길게 내밀면 닿은 것 같은 가까운 하늘에 얼마나 커다란 달이 노란빛을 띄고 있든지 지금에도 눈에 선하다.
올해는 주말까지 겹치어 몇날을 쉬며 명절을 즐길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우리네 까지는 명절의 의미를 잊을수 없는데 우리네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같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오늘 저녁에는 송편도, 과일도 사서 어른들이 계시는 집과 가족없이
혼자로 있는 이웃을 들려 보아야겠다.
나이들수록 우리네 정서가 더 정겹게 닫아옴은 어쩌랴,
나는 한국인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