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편을 만난 것은 8년전 6월의 말로 접어들 때였습니다
언니가 식당을 경영하는데 3명의 남자 손님이 들어와서 식사를 하다 한 분이 김치를 절여 노았기 때문에 일찍 가야 한다고 해 아니 아직 결혼 안했어요. 하며 물었더니 아직 안 갔다고 해 그럼 내 여동생 있는데 하니까 소개 시켜 주세요. 그렇게 해서 우연히 나온 말로 인해서 이 남자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지요 몇 일 있다가 저에게 언니가 소개할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해서 하는데 한편으로는 귀찮기도 해서 티와 청바지에 양말도 신지 않고 갔는데 이 이 남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한참이나 기다린 후에야 이 남자가 왔는데 (사실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소개로 많은 여자들을 만나 보았지만 계속 퇴자만 맛았어 그래서 그날도 기대를 하지않고 있다가 전화를 받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하더군요)
시간도 많이 늦은 시간이라 어디 갈 때도 마땅치 않아 일단 호프집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어차피 한번 만나면 다시 볼 사람도 아니고 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이 남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자리에서 보통 물어보는 레파토리가 있는데 전혀 그런 것은 물러 보지 않고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며 자기 가족관계며 가정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이 사람이 힘들게 살아왔어도 어차피 오늘로 이 만남은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끝까지 다 들어주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사셨겠다고 이야기 했지요. 지금 내가 생각해도 만약에 우리 딸이 이런 조건의 남자와 사귄다면 못 사귀게 했을거 같아요.
내 나이 24세 아직은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고, 지금은 내 일을 가지고 생활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남자가 좋다 싫다를 떠나 만남을 연장하고 싶지 안았기 때문에 싫다고 했는데 일단은 그렇게 해서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세 번째 만남도 이어졌습니다.
세 번째 만남은 일요일 낮에 청량리에서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고 가평에서 남이섬에 갔습니다.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저녁때가 되어 다시 배를 타고 나와 근처 횟집으로 갔지요. 회를 한 두 젓가락으로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자기 주민등록증을 보이면서 자기는 이런 사람이며 지금까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하면서 자기의 삶을 같이 살지 않겠냐고 그러는데 황당하더라구요. 아니 이 남자가 대체 나를 얼마나 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당황스럽기도 해서 그 자리에서 소주를 연거푸 2-3잔정도 마시고 일단 거절했지요. 세 번 만나 프로포즈했다고 하면 누가 믿기나 하겠어요.
대체 나를 얼마나 안다고 이런 말을 하는지 물어보왔지요. 이 남자가 그러더군요 자기는 나를 만나면서 많이 놀랐다고 “첫번째는 처음 누군가를 만나러 오면서 청바지에 티 그리고 맨발로 온 나를 보고는 놀랐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는 소주을 원샷하고 나서 김치 한 조각 먹고 난거 세 번째는 자기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고 마음 편안하게 해 준게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서 이런 여자라면 자기의 반려자로 괜찮다고 자기만의 착각에 빠져 결론을 내렸더라구요.
알고 봤더니 오늘 날 만나기 전에 모든 것을 결심하고 나왔다고 하면서 답을 달라고 계속 하는데 속만 타들어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일단은 기차시간이 되어서 그 집을 나와 기차역에 갔지요. 신경전을 계속하면서 역에 도착했는데 아니 이남자가 기차탈 생각은 하지도 않고 오히려 표를 다시 바꾸고 나서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더 하자고 보채는데 무슨 남자가 고집이 센지 당할 수가 없어서 옆에 있는 호프집에 들어가서 맥주와 안주를 시키고 이 맥주 다 먹을 때까지만 이야기하자고 해서 500cc를 원샷하고 다 먹었으니 집에 가자고 했죠 일단 기차를 청량리에서 내려 다시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하고 집에 대려준다고 하기에 택시를 타고 갔는데 오늘 생각외로 돈이 많이 썼는지 돈이 하나도 없다고 해서 내가 준다고 했더니 받지 않고 그냥 가데요. 그래 그럼 잘 가시라고 하고 나는 집에 왔지요.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데요. 어찌되었든 그날은 그렇게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끝이 났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마신 술이 거의 소주 8명정도 마신 것 같아요. 둘이서 아니 나 혼자서 마신 것도 많지요. 지금 그렇게 마시라고 하면 지금은 마시지 못했요. 그때는 어떻게 마셨는지 나도 모르겠다니까요. 아직도 가끔씩 남편이 놀려요 무슨 여자가 그렇게 술을 잘마시냐고 친구들한테도 이야기를 했나봐요 친구들이 저 만나면 하는말 “술이 무진장 세다면서요” 하고 농담을 한다니까요.
그렇게 싸우면서도 우린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면서도 항상 똑같은 말 똑같은 결론 속에서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싸웠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서도 세월은 흘러 가더라구요.
하루는 더 이상 만남을 계속 할 수가 없어 끝내자고 했는데 집 앞에서 내가 퇴근하기만 기다리다 나를 만나 무장정 차를 잡고 가는데 겁이 나데요. 우리가 간 곳은 다름아닌 한강변이었어요.
이 남자가 내 손을 잡고 이제 그만 소모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무릎까지 꿇고 이야기 하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그 해 여름 우리는 모기에게 많이 헌혈도 했고 많이 싸우고 고민도 많이 하고 하면서 그 미운정이 들었었나봐요. 그 놈의 정 때문에 또 다름 아닌 이 남자처럼 나를 사랑해 줄 그런 남자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는 왜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지 보통 보면 여자가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저보다고 오히려 제 남편이 더 많이 한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저의 마음은 조금씩 열리는 찰라 또 하나의 문제가 터졌지요.
조금씩 정이 들면서 둘째 언니집에 인사하러 간다고 갔는데 술이 너무 과했는지 실수를 연발탄으로 하대요. 이 방 저 방 여기저기에 먹은거 다 확인시키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거 있죠. 언니가 다 뒤치닦거리 다하고 옷도 빨아주고 양말도 다 빨아주었지요. 다음날 아침이 되니 자기는 무슨일 있었냐는 얼굴을 보니 내 머리에서 김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자고 하고 그랬죠.
그러고서 저는 회사에 출근하고 몇 일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는 지금 부산 태종대 자살바위에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자기 여기서 떨어져 죽겠다고 하데요. 그럼 죽던지 살던지 당신이 알아서 해라 그랬죠 그러더니 다음날 또 연락이 왔어요. 지금 서울로 올라가는데 좀 만나자고 하데요. 싫다고 그랬지요. 한참 지난 후에 다시 연락이 왔는데 그럼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자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는지 화장실에 가서 한 참을 울다가 안 되겠어서 셋째 언니에게 전화를 했지요. 지가 뭔데 나한테 헤어지자는 말을 해 그 말은 내가 해야 하는데 하면서 계속 울었지요. 언니도 당황했는지 놀라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저는 깨달았지요.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그 때 알았지요.
이 일이 있고 나서 우리둘 사이에는 급행열차를 탄 것처럼 빠른 속도로 결혼 준비를 해서 다음해 3월에 결혼을 하고 지금은 토끼같은 두딸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연애 할 때는 사랑한다는 말도 그렇게 많이 하더니 지금은 듣기조차 힘들어요.
그래도 언제 들었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가끔씩 남편이 이야기하죠 뭐가 그렇게 잘났서 튕겼냐구요. 아무리 못났어도 일단 튕겨야 비싸게 보이는거 아닌가요. 그 때 그렇게 힘이 들어 얻은 아내이기에 더 소중하게 생각을 하겠지요. 어쨋든 지금은 이 남자가 날 거두어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잘 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