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하게 직장생활 잘 하고 있던 저를 한동네 살아서 정말 보증한다며
고향 오빠를 소개하겠다는 직장 동료가 있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자기고향 (경북 청송) 자랑을 침튀기며 하는 그 친구가 얄미웠었는데
제 중매쟁이가 된셈이지요.
그날도 침튀기며 자기고향 자랑을 늘어놓던 저의 중매쟁이는 자기고향 에는
기가막힌 약수가 있다나 하면서 그 물로 밥을 지으면 파랗다는 겁니다.
커피향기에 푹빠져 그날도 조신하게 커피를 마시던제 비위를 거슬리게 했으니
제가 한마디 했지요 . "흥" 그쪽동네엔 약수에 물감이라도 타서 밥을 하나"
그친구 갑자기 눈에 쌍심지를 키면서 달려들더군요. 당장 여름휴가때 같이
자기 고향에 가서 확인을 해보자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한 휴가계획도 없고
해서 그러자고 했지요.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경북청송이라는 곳 공기 좋고 물좋고
사과맛도 좋더군요. 그래서 내려간김에 그 고향오빠라는 지금의 제 남편과 데이트도
하고 시댁이될 집까지 가서 어른들께 인사를 드렸는데 아니 제가 어머님 아버님
마음에 쏙 든다고 하시지 뭡니까 ..
그뒤 자연스럽게 왕래를 했고 양가 부모님께서도 결혼승낙을 했습니다.
여기 까지면 제 남편을 만나게 해준 중매쟁이를 미워할 이유가 없지요.
원래 중매는 좀 과장해서 상대를 포장하게 되지만 그 제 중매쟁이는 도가
지나쳤습니다. 말단 공무원이셨던 아버님을 한자리하는 고위공무원에 준하는
분으로 속였구요. 과수원을 한다고 했는데 텃밭에 사과나무 몇그루 심었다가
병으로 다죽어서 캐내고 죽은 사과나무에 빨랫줄만 걸려있더군요.
사귀는 동안은 속보이는 것 같아 못물어 봤는데 결혼하고 나니 속은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결혼이란게 시장에서 파는 물건도 아니니 물릴 수도 없고 해서 참을 " 인"자
가슴에 새기며 열심히 살고있습니다. 하지만 제 중매쟁이는 충분히 뺨 석대
감이지요. 연락안한지 10년도 넘은것 같은데 울산에서 잘 살고 있다고
다른 사람 통해서 안부는 듣고 있습니다. 한때 남편이 속썩일때마다 전화를 걸어
"중매 똑바로해" 하고 퍼부었는데 지금은 남은 감정 없으니 만나면 따뜻한 밥
한 끼 사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