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중학교 3학년때의 일 입니다.
모처럼 맛있는 케잌을 먹을 기회가 생겼지요.
그날이 아빠의 생일 이었거든요.
우리집 근처에 빵집이 두군데 있는데 딸아이의 말에 의하면
한집은 가까우나 빵맛은 별로이고, 또 한집은 좀 머나 빵맛은 좋은 그런 빵집이
있는데 음.... 날이면 날마다 먹는 케잌이 아니었기에
나는 망설일 필요도 없이 '맛' 쪽을 택하기로 했지요.
아빠의 생일에 앞서서 딸아이의 생일때도 그아이의 주문대로
그집에서 케잌을 샀던터이기도 하고요.
나가려는데 마침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 마침 잘왔다! 네가 아빠 생일케잌좀 사올래?" 하며 케잌값을 주었습니다.
조금후에 딸아이는 케잌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아니 너! 뛰어갔다왔니? 벌써......."
"으응~ 귀찮아서 그냥 요앞에서 샀어요" 그러면서 케잌상자를 식탁에다
탁! 내려놓고 제방으로 들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잠시후, 나는 저녁에 먹을 갈비찜을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가슴이
콱 막히는것을 느꼈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그냥 가슴이 답답하고 그러다가 주저앉아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나는 거실에 불을 켜는것도 잊고 있었나 봅니다.
딸아이가 케잌을 사러나갔을때만해도 나는 즐거운 기분이었는데
케잌상자를 보는 순간부터 왠지 기분이 꼬이기 시작했던것 같았습니다.
딸아이에게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 할순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엉망이 되는 내 마음때문에 스스로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었던게죠.
똑같은 빵 두개 중에서 먼저본 동생이 하나를먹고 나머지하나를 형에게
먹으라고 건네준것처럼 그래서 혹시 내가 먹게된 이빵이 동생이 먹은
빵보다 더 적은것은 아닐까 더 맛없는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하면서
에이~ 아닐거야 하면서도 계속 기분은 더러워지는.......
웃었습니다. 허허 하고....
그래도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않았습니다.
이런! 속좁은 엄마가 다있나...
그래 저녁이나 맛있게 먹자! 그때 딸아이가 제방에서 나왔습니다.
"와우! 맛있는 냄새네.. 아빠 언제 오신데요?"
그런데, 딸아이를 보자 다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것이었습니다.
나는 쇼파에 앉아 tv를 켜는 딸아이를 불렀습니다.
케잌을 사러갈때 엄마는 당연히 다른집케잌을 사올줄알았다,
그런데 너는 귀찮다는 이유로 그집케잌을 사와서 무척 실망했다,
엄마는 너에게 맛있는 케잌을 먹여주기위해 부러 먼집을 찾아가
사왔다, 아빠는, 아빠는... 아무거나 먹어도 좋으냐,
우리가족을 위해 밖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아빠가 더 좋은 음식을
드셔야한다, 아빠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것같으냐,
니가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것밖에 안되니 아빠랑 엄마랑 늙어
능력이 없으면 홀대받겠구나, 너를 잘 키우기위해 노력하는데,
오늘 너를보니 나는 엄마 자격도 없구나, 어쩌냐 아이구 슬프다,
뭐, 등등 .....
그리곤 내 슬픔에 겨워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이내 딸아이도 고개를 떨구더니 울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어린 아들은 영문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위기 파악하느라 조용합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베란다로 나가 하염없이 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남편이 올시간이 되었는데, 생일날인데,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하기는 싫었습니다.
다시 주방으로가서 저녁 준비를 해야겠다고 돌아서는데.....
"엄마! 우리둘이 가서 케잌 바꿔 왔어요"
옆에섰던 아들은 "그러니까 엄마 울지마요!" 하면서 밝은 얼굴로 서있는것이었습니다.
바보같이 나는 또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빠가 오시고 저녁식사후, 딸아이가 작은 찻상에 케잌을 들고왔습니다.
아들놈은 누나가 시키는대로 거실불을 끄며 분위기 잡고, 딸은 피아노를치며
생일축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에~ 다음은 아빠에게 선물 증정식이 있겠습니다!"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샀음직한 선물포장을 푸르며 남편은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자~ 이번에는 깜짝 선물이 있겠습니다!"
아들은 등뒤에 숨기고 있던 조그만 포장의 선물을 짠~! 하면서 줍니다.
뭘까? "아빠 엄마 커플 반지에요" 하면서 아빠는 엄마에게 엄마는 아빠에게
반지를 끼워 주라고 합니다.
너무작아서 새끼손가락에 끼워야 했지만 너무너무 예쁜 반지였습니다.
딸아이가 말합니다. "아빠! 아빠는 엄마를 만나서 행복한줄 아세요"
아들이 말 합니다. "엄마! 엄마는 아빠를 만나서 행복한줄 아세요"
그랬습니다. 행복은 먼데 있는것이 아니란걸 우리 가족은 알았습니다.
그날밤, 나는 딸아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렇게요
"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이쁘고, 또 소중하고 이쁘고, 또또 소중하고 이쁘고
아빠다음으로 사랑하는 내 딸아!" 하고요.
딸아이가 중3때의 일입니다.
딸아이가 커서도 중3때의 일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추억하는 아름다운 여자로
성장하였으면 하는것이 엄마의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