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도요아케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5

[결혼이야기]4년만에 잡은 후배녀석4


BY 제이디 2004-09-10

사귀기로 한 첫날..

거동이 불편한 나와 그녀석은 주로 전화를 많이 했다.

첫날밤도, 둘째날밤도 우린 밤새 통화했다.

어떻게 밤을 새게 됐는지 모르겠다. 통화하다 보면, 어느샌가 동이트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엔 낮에 쓰러져 자고 밤새 통화하는게 몇일간의 일이었다.

방학때였으니 다행인 일이었다.

 

사귀기 초반 그녀석이 내게 말을 놓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말도 "잘자요"로 바꾸는데도 시간이 걸렸으니 반말로 대화하는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게 시작됐던 우리 연애..

처음엔 내가 질투의 화신이 되어, 그 녀석이 다른 애들하고 더 친하게 있고, 후배여자애들하고 웃는게 그렇게 서운할수가 없었다.

난 여기 있는데...

게다가, 내 초등학교 동창이 만나자고 한다고 질투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도, 그 녀석은 너무 태평하게, 잘 다녀오라고까지 했다.

 

그러던, 그 녀석이, 아니, 이제부턴 그이로 바꿔야겠다.

그러던 그이가, 자세가 달라진 계기는,

내가 과외로 가르쳤던 학생 중 불량학생인것 같은 한 녀석이 시험기간이라며, 내게 밤 11시에 과외를 해달라고 했을때였다.

그 전에 내가 그 녀석에 대해서 심각한 불량학생임을 얘기한 상태라, 밤 11시부터 새벽1시까지 과외시간동안 그이는 걱정에, 또 걱정을 할수 밖에 없었다.

보통 과외때도 빼먹고, 자려고만 한다던 녀석이 먼저 전화해서 과외를 하자고 했다는게 그이에겐 영 꺼림칙했던거다.

 

난 무사히 과외를 마치고 집에 왔지만,

그 이후엔 우리 둘의 판도가 확 바뀌었다.

그이가 이젠 나보다 애처럼 돼서, 내가 챙겨주고, 내가 무뚝뚝하고, 그 이가 애교부리고, 질투하고, 그렇게 바뀌었다.

가끔 그이 말을 들으면 어쩜 저런 말을 생각해 낼까 싶게, 귀엽고 재밌는 말들을 한다.

"좀전까지는 있었는데, 그게 옴쏘존또" "나 사배곤만조" "내가 그래꼬둔" 이런식의 말이 그이의 애교다.

지금까지도 내가 기분이 나쁘다가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양한 그이 표정과 이런 애교때문이다.

 

연애 초기 이후엔 서로의 성격을 맞춰나가야 할 문제가 닥쳤다.

인터넷을 다 뒤져보면, "O형여자와 AB형 남자는 절대로 안된다"는 식의 문구가 많다.

둘간의 성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차이도 엄청 다르다. 정말 다르다!!

그래서, 우린 1년에 2/3는 거의 싸웠다.

나중엔 싸우다 말고 "이제 그만 싸우자. 지친다 지쳐" 이럴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싸우는게, 서로가 지겨워서 싸운건 없고, 각자의 생각대로 안되는거때문이다 보니,

우리 싸움은 늘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거의 화내게 하는 사람은 나고, 화내는거 시작은 그이였지만, 결국 둘다 미안해하는 걸로 끝이 났다.

사랑이 이런걸까?

가끔은 너무 싸워 지치기도 하고, 정말 우린 안맞는건가란 생각도 했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은 다 그이로 연결돼서 생각이 드는거였다.

싸우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났다.

 

그렇게 3년 연애를 하고, 우리는 결혼하게됐다.

연애할때, 지겹게 싸워서 그런지, 결혼해서는 오히려 잘 싸우지 않는다.

결혼해서는 둘이 사는게 너무 행복해서, 한번은 그이가 이빨닦는 모습을 보고 운 적도 있다. 정말 너무 행복해서...

또 그이도 내가 어디 아픈거 같아 보이면, 결혼해서는 더욱 걱정어리게 대해준다.

연애할땐, 병원이나 약 챙겨주고 아프지 말라고 했던 그이가, 결혼하니까, 그런건 기본, 집안일을 손수 다 해준다.

난 지금도, 그이가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늘 건강하게 내 옆에서 웃는 그이를 내 평생 볼 수 있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