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사랑만 하기에는 참으로 짧은 세월.
우린 그동안 사랑만 하며 살아 왔었던가요.
한 세상..
미워만 하기에는 참으로 짧은 세월.
우린 그동안 미워만 하며 살아 왔었던가요.
어느덧 그렇게 그렇게 살아 왔었구료.
사랑하면서 사랑인줄 모르고
미워하면서도 미움인줄도 모르고
그렇게 그렇게 무심하게도 살아 왔었구료.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세월은
사랑도 아닌 미움도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서럽도록 진한
부부의 정이었다고..
촘촘하게 잘 짜여진 소박하고 질퍽한 삼베 같은
부부의 모습일거라고..
그래서 지금의 어려움도
스치는 미풍 같은 것이라고 ...
그래서
지금의 서러움도
스치는 빗물 같은 것이라고 ...
그렇게 잠시 내게 머물다 가는 것이라고...
나 당신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잠시만 이렇게 힘들면
스치는 미풍도 스치는 빗물도
우리의 길지 않은 삶에 멋진 거름 되는 날 있을 거라고...
나 당신에게 그렇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2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