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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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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아침의 상념


BY 하나 2004-09-07

나는 정말 나이가 든걸까?

거울은 늘 나를 구석구석 철저하게 복사해서 보여준다.

사춘기시절의 나는 뚫어져라 거울을 쳐다보고있는데, 그런다고 본디 생김새가 달라지지도 않는데...스무살의 나는 여전히 아침밥을 거를지언정 거울은 열심히 보고있다. 그릴때마다 짝짝이로 보여지는 양쪽 눈썹을 이리재고 저리 재느라... 지금의 나는 거울 보는 시간보다 거울을 닦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눈썹을 그리는  동안만큼만 거울을 보지만, 난 이제 더이상 눈썹 그리기에 열중하지도 않을뿐더러 놀랄만큼의 가속도가 붙어 한번에 쓱싹 그리곤한다, 또한 눈썹이 짝짝이로 그려져도 그냥 지나친다.

나는 정말 나이가 든걸까?

새벽 후두둑 빗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밤에도 한두번 깨는 둘째 아이 때문에 늘 잠을 설치는 내게 어쩜 새벽의 그 시간은 너무나도 안타까운데...달아난 잠은 좀처럼 다시 오질 않고

조심스레 인기척을 죽이며 앉아 느닷없이 다림질을 했다.

남편 셔츠도 다리고, 바지도 다리고....

그래도 잠은 안오는데, 시계는 새벽 3시 50분...

옆자리가 허전한 탓인지 둘째 놈이 칭얼대는 소리가 방문 저쪽에서 들려온다.

조용히 옆자리로 가서 녀석을 안으니 이내 잠이 든다.

그렇게 나도 또 잠이 들었다.

나는 나이가 든걸까?

늘 보던 직장 상사가 내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너무 가라앉아 있는것 같애..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많이 웃어요. 잘 안 웃는거 같애!!"

비를 실은 찬 공기 탓에 서늘한 기운을 느끼는 아침,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걸 느낀다.

나,정말 잘 웃던 아인데...

나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친구들 모두,선생님들조차도 잘 웃는 아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안 웃는, 잘 안 웃는 무표정한 사람이 되었다는 건가?

나는 정말 나이가 든걸까?

나이 들면서 이해타산이 많아져 안 웃는걸까?

오늘 저녁엔 거울을 닦지만 말고, 내 얼굴 빤히 쳐다보며 나를 위해 웃는 연습을 하련다.

웃자, 웃어...

거울속에 웃음소리까지 복사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