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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 사는 동생 만나러 가는길


BY 소심이 2004-09-06

 부제 : 내동생의 집은 어디인가?

 

제 동생은 지금 체코에서 유학중인데요...

이번여름에 큰맘먹고 동생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벌어진 부끄런 사건 하나를 공개할까 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비행기...다시 프라하까지의 기차...

정말이지 체코 프라하까지 가는길을 정말 멀고도 험했습니다.

문제의 사건은 바로 기차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자...시작합니다.

 

장시간의 비행에 지쳐있던 저는 기차안에서는 거의 파김치가 되어있었습니다.

기차 좌석에 앉자마자 무거워지는 눈꺼풀...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체브역(독일과 체코의 국경역)에 도착한 기차...
왠 경찰복 비스무레한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여권을 보자고 합니다.
허걱~ 맞다...국경을 지나야 하니 여권을 제시해야 하는거구나...
여권은 여행객에게 분실해서는 안될 목숨과도 같은 중요한 물건이라 복대에 넣어서 허리에 꼭꼭 감아놓았는데...--;;
제가 잠시 머뭇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짓자 아저씨 무서운 얼굴로 재촉합니다.
열차는 6인 1실의 룸처럼 되어있었고 제가 있던 객실에는 아저씨 한명, 총각 한명...저 유일한 홍일점이었는데, 여권을 보여달라는 아저씨까지 총 3명의 남정네가 지켜보는 앞에서 급기야 윗옷을 걷어올려야하는 민망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 복대를 어찌나 꽁꽁 허리에 돌려 동여맸는지 윗옷을 걷어올리고 바지의 단추까지 풀어재낀채 1~2분 여를 끙끙대고 나니 그제서야 여권이 빼꼼히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세 남정네의 시선은 저에게서 뗄 줄을 모릅니다 그려...
부끄~~
아직도 나의 체온이 따땃하게 남아있는 여권을 꺼내 보여주자, 만족하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서던 그 아저씨... 미워~
그 아저씨가 그렇게 여권검사를 마치고 나가자 내가 앉아있는 객실 분위기 묘~해집디다.
참을 수 없는 그 묘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전 벌떡 일어서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그들이 잠시전 저의 그 추한 모습을 잊어주길 바라며...
화장실안에서 볼일(?)도 보고, 아까 꺼냈던 여권을 다시 복대안에 더욱 더 정성스럽게 싸서 그 어느누구도 손댈 수 없게 꼭꼭 아주 꼭꼭 허리춤에 동여맸습니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던냥 전 제자리로 돌아왔고 그렇게 분위기는 쇄신되는 듯 했죠...
그러나 10분도 채 안돼 다시 군복같은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객실 문을 드르륵 엽니다. 허걱~ 또 여권 보여달랍니다.
아차~ 아까는 독일국경 검문소에서, 이번엔 체코국경 검문소에서 여권 검사를 하는 겁니다.
아~ 이 박복한 여편네...
이번엔 모든 걸 포기한듯 또 그렇게 3명의 남정네 앞에서 보란듯이 윗도리 올리고 아랫도리 풀고 작업(?)했습니다.

같은 객실에 있던 그 두 남정네들은 절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진짜 멍청하거나 혹은 노출증이 있는 변태쯤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사실은 단지 자기물건에 대한 애착(?)과, 분실에 대한 염려증이 심한데다, 좀 미련한 것 뿐인데...^^a

여권을 복대에 넣어서 분실이나 절도에 철저히 대비하는 건 좋지만, 월경(국경을 넘는일)중에는 여권을 제시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는 것도 꼭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