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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는 집에서 엄마가 샤워하고 옷을 벗고 집안을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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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58

나의 어린시절 (4)


BY momojaang 2004-09-05

 

부산 국제 시장 한복판을 달린다.

'엄마아...언니야...'

목이 메어 부르며...

사람들이 비켜준다.

멀리 엄마의 등이 보였다가 없어진다.

언니의 등도 보였다가 없어진다.

엄마의 뒷통수가 보였다가 없어진다.

언니의 뒷통수도 보였다가 없어진다.

'엄마아...언냐....'

나는 거의 울부짖었다.

목이 쉬도록...

 

사연은 이랬다.

골목에서 아이들과 실컷 놀고 돌아오니 엄마와 언니가

없었다.

배가 고팠다.

옆방 언니가 말했다.

'느그 엄마랑 언니는 국제시장에 느그언니 옷사러

간다카더라.'

분했다. 나만 빼놓고...

그런데 사실 나는 옷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드디어 엄마가 돌아다 본다.

엄마는 그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임을 그제서야 알아차린다.

나는 땀에 흠뻑 젖었다.

'무슨 일이고'

놀란 엄마가 물으신다.

숨이 찬 나는 말이 안 나온다.

'집에 불났나.'

놀란 엄마는 재촉하신다.

그당시 부산에는 왠 불이 그렇게 자주 났었는지...

'아니...왜 먹을걸 하나도 안 놔두고 갔노?'

나는 먹을 것에 목숨 건 아이였다.

나는 그날 언니의 옷을 사는 동안 내내 먹을 것을 손에 들고

따라 다녔다.

고생 끝에 행복이 찾아 왔던 것이다.

 

엄마가 나를 데리고 엄마의 친구집에 갔다.

엄마의 친구 집은 합승을 타고 갔던 기억이 있다.

엄마와 엄마의 친구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나는 심심했다.

나는 슬그머니 그 집을 빠져 나왔다.

골목을 기웃거려 보았다.

노는 아이들이 안 보인다.

딴 골목으로 이동해 보았다.

이 동네 아이들은 다 어디 간걸까....

그러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내가 어떤 집에서 나왔는지 아무리 찾아 다녀도 모르겠다.

겁이 난 나는 뛰기 시작했다.

울기 시작했다.

순경을 만났다.

그 뒤는 모르겠다.

파출소에서 자고 있을때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던것 밖에는

기억이 없다.

 

여덟살 되던 해 서울로 돌아왔다.

아버지도 돌아오시고 우리는 부산띠기에서 서울내기가 되었다.

초등학교 일학년을 부산에서 다니다가 서울로 전학온 나는

학교에서 나의 경상도 사투리때문에 놀림감이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거의 말을 안하기 시작했다.

 

말이 없어진 나를 엄마가 데리고 미술전에 갔다.

국전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학교에서 왕따가 되어 우울한 딸을 맛있는거나 사주지

왜 국전에 데리고 갔을까.

그날의 지루함이란...

엄마는 정신없이 친구와 미술감상에 빠져 계셨다.

 

나는 혼자 전시장 안을 여기저기 돌아 다녔다.

돌아 다니다 와보니 엄마가 없다.

엄마는 어디 가신걸까...

나왔다.

엄마를 찾아 보았다.

엄마가 나를 버린걸까....

나는 또 길을 잃어 버렸다.

나는 또 다시 순경의 보호를 받아야만 했다.

 

미아 보호소...

서울내기가 되었어도 나의 화려한 경력은 숨을 데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