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나는 먹보였다.
이웃에서 가지고 온 인절미 한접시를 엄마가 머리맡에 놔두고 주무셨다.
아침에 그 인절미 접시가 비어 있는것을 본 엄마는 범인을 찾기에 급급하셨단다.
그때 막 돌을 지낸 내가 범인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단다.
나중에야 내입 가장자리에 묻은 콩곳물을 물증으로 나는 체포되고 말았다.
심증은 없었지만 물증은 있었던것이다
그러니 체포 될수밖에'''
그런 불행한 일이 내게 일어 났었다.
이모가 늘 내게 부르시던 별명이 하나 있었다.
모모짱.
복숭아라는 뜻이다.
먹보인 나의 뺨은 항상 살이 올라 있었고 건강상태가 좋아서 항상 발그레했다.
이모는 나를 복숭아같다고 할수밖에...
먹성이 없는 언니와 먹보인 나...
지금 기억에도 언니는 약을 달고 살았다.
감기로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엄마가 언니네 교실문 밖에서 안타깝게
서계실때 나는 학교에서 나누어준 미제 우유가루를 입에 잔뜩 묻히며
복도를 누비다가 엄마와 맞닥트린 기억도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이 준비 되어 있다.
언니 몫과 내 몫이 똑같이 분배 되어 있다.
언니는 어차피 먹지도 않고 남길 간식을 언니와 나의 몫이 똑같다니...
나는 항의하다 혼이 났다.
나는 고기와 생선을 좋아했고 복숭아를 좋아했다.
내가 시집을 오고 나니까 고기 반찬값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엄마의 말은 내게 참 서운함의 경종을 쳤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의 친엄마는 따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가졌는데 무지하게 고기가 먹고 싶었다.
아무도 내게 고기를 사주지 않았다.
식구는 많고 남편은 혼자 벌어서 그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만 했다.
시장바구니를 가지고 슬그머니 나갔다.
고기 대신에 군고구마를 샀다.
나는 지금도 군고구마를 보면 슬프다.
먹고 싶은 고기를 한번도 못먹고 낳은 아이는 눈이 작았다.
이야기가 다시 뒤로 돌아가서...
고등학교때 나의 별명은 금붕어다.
금붕어는 눈이 튀어 나왔다.
나는 눈이 튀어 나오지 않았다.
금붕어는 입이 작다.
나는 입이 작다.
그래서 내 별명은 금붕어다.
그런데 좀더 분위기 있는 별명이 좋다.
불어반이었다.
문과는 불어가 선택이니까.
사전을 찾아보았다.
dorade.
불어로 금붕어는 도라데란다.
나는 그것으로 정했다.
내 마음대로....
그래도 나는 외모에 꽤 신경을 썼다.
왜냐하면 먹보인 나도 여자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
어릴때 엄마에게 혼이 나서 울때도 꼭 거울을 보며 울었다.
우는 내 얼굴의 변화를 보면서...
언니는 아직도 말한다.
눈물 한방울 한방울을 거울보며 닦던 나의 모습에 대해서
언니는 아직도 깔깔댄다.
언니도 소용없다.
언니는 엄마한테 한번도 혼이 안났으니까 그 심정을 알리가 없다.
수업시간에 조그만 거울을 앞에 놓고 어떻게 하면 눈이 쌍가풀이
될까 연구를 하다가 들켜서 벌을 섰던 적이 있다.
나는 벌을 서면서도 눈을 쌍가풀을 만드느라고 눈에 힘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꿈에도 그리던 쌍가풀이 시집을 오고 나니까 저절로 생겼다.
이런 기적이 일어나다니...
친구가 물었다.
너 쌍가풀 없었잖니.
'시집오니까 세상이 하도 놀라워서 눈을 크게 떠야 하더라구.'
눈을 크게 뜨고 놀라다가 저절로 쌍가풀이 생긴 사건은
실화임에 틀림이 없다.
자 보라...
이렇게 쌍가풀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