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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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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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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BY 초하루 2004-09-05

                  황  혼

 

 

시집간 딸의 아기 출산과, 시아버님의 노환, 그리고 생업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가  친구가 집터를 보러 홍천에 간다기에 모든 일 다 제쳐두고 홍천엘 다녀왔다.

좁은 공간에서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다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니 처음에는 어지럽다가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오는가 했더니

이내 빛바래가는 나뭇잎과 군데군데 누렇게 변해가는 들판이 눈에 들어와 쓸쓸한 기운이 감돌면서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

반백을 넘어선 내 자리가 텅 빈 느낌이며 이제껏 무엇에 쫓기며 살아왔는지지난세월을 더듬어보니 아무것도 잡히질 않는다..

 

지금쯤 지난세월을 정리하며 곱게 인생을 다듬어 갈 나이에 아직도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없이 일에만 전념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남편의 기울어진 사업을 다시한번 일으켜 세우고자 안간힘을 쓰면서 나이를 잊으며 살았는데 왠지 허망한 느낌이 오는 것은 갱년기 증상의 일종인가,
아니면 덧없는 세월의 무상함에 허탈한 마음일까.

내마음은 벼랑 끝에 서 있는듯 아찔한 순간을 맛 보는 것 같다.

 

새 생명의 태어남과,

한편에선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시는 시 아버님,

인생의 처음과 끝을 한 눈에 보면서 기나긴 삶의 회한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하는 하루

 

이제 나도 황혼에 접어들었음을 숨길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야하는 것 같다